#. 태국어로 ‘미친 약’을 뜻하는 ‘야바’. 메트암페타민(필로폰)에 카페인 등을 섞어 만든 신종 향정신의약품이다. 일반적인 필로폰과 달리 노란색이나 붉은색을 띠고 있다. 정제, 캡슐 형태로 포장되기 때문에 의약품으로 위장하기 쉽다. 2019년 한국에서 외국인 마약사범의 44.9%는 야바를 밀수입한 태국인이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 유사 의약품과 신종 마약류를 인공지능(AI)이 검거할 전망이다. 11일 검찰 및 학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는 지난달 ‘AI 기반 규제물질 분석기술 개발’ 사업을 마치고 조만간 실무에 도입하기로 했다. 연구는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했다. 신종 마약 검출 수사기법에 AI가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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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대검찰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마약 물질 184개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질량을 모두 분석했다. 이후 2만6170개의 데이터베이스로 세분화한 뒤 신종 마약 물질들과 비교해 유사도를 판별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된 분석법을 적용하면 AI가 신종 마약류를 어렵지 않게 적발할 수 있다”며 “분석법에 획기적인 효율 향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증거물 확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기존의 분석법은 마약사범의 혈액·소변시료와 마약 성분 간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마약 성분이 생체 내에서 분해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된 분석법을 적용하면 대사체물에 대한 분석도 가능해 마약사범의 단속 및 증거물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AI를 활용한 범죄정보 분석 및 수사기법은 증가 추세다. 경찰청은 지난달 성폭력 피해자 진술 조사에 ‘AI 음성인식 성폭력 피해조서 작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국 경찰서 59곳에서 시범 적용한 뒤 2022년까지 전국 255개 경찰서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AI 피해조서는 피해자 진술에 맞춰 수사관이 물을 만한 추천 질문 목록과 관련 대법원 판례 등을 연관시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성범죄 피해자가 “어렴풋이 기억난다”고 진술했다면 ‘어렴풋’이라는 단어를 시스템이 인식한 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약물 등을 주입했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 리스트가 수사관에게 제공된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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