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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월성 원전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연일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월성 1호기 등 원전 '안전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제성 조작'을 문제 삼은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수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방사성 수소가 다량 검출돼 시설 노후화에 따른 월성 1호기 폐쇄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며 "1년 넘게 월성 1호기를 감사해놓고 사상 초유의 방사성 누출을 확인 못한 감사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 원전 마피아의 결탁이 있었나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주장의 근거는 지난 7~8일 포항·안동 MBC의 보도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 및 관가에서는 이를 두고 “탈원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형적인 왜곡 보도"라고 지적한다.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틀렸을 뿐 아니라 공포심을 과도하게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친여권 성향인 공영방송을 활용해 월성 1호기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뒤, 이를 다시 '셀프 정쟁화'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관련 보도가 제기한 주장을 팩트체크하고 관련 궁금증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가짜뉴스'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비교 기준이 완전히 틀렸기 때문이다. MBC가 언급한 삼중수소 기준치(4만베크렐/L)는 ‘원전 내 측정 기준’이 아닌 ‘배출 허용 기준’이다. 그런데 MBC는 또 원전 내부의 한 지점을 측정한 수치를 두고 ‘배출 기준치의 18배’라고 했다. 비유하자면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워 갓 나온 매연을 각종 오염물질 저감 공정을 거쳐 굴뚝으로 배출되는 검사 기준에 미달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한수원은 “71만3000베크렐이 검출됐다는 내용은 주변 지역이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라며 “발견 즉시 회수해 처리했으며,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이후 다시 측정한 이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는 배출 기준치 이내인 약 1만베크렐/L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원전 주변의 지하수에는 삼중수소가 아예 없거나, 원전과 무관한 지역 지하수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월성 원전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배출관리기준을 위반하는 삼중수소를 배출한 적이 없다"며 "지난해 10월 조사결과 월성원전 주변지역 중 나산, 울산, 경주 감시지점의 지하수는 삼중수소가 검출되지 않았고, 봉길 지점의 지하수 중 삼중수소 농도는 4.80베크렐/L이며, 이는 5년 평상변동범위에 해당되는 수치로 WHO(세계보건기구)의 음용수 기준(1만베크렐/L)의 0.05%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한수원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11월~2020년 7월 조사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체내 삼중수소 최대농도는 16.3베크렐/L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이 피폭량이 모두 월성 원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가정해도, 바나나 6개 또는 멸치 1g 섭취, 흉부 X레이 1회 촬영의 100분의 1 정도와 동일한 수준이다. 방사성 물질은 바나나 멸치 등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품이나 물질에서도 검출되기 때문이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커피 가루 속 방사능을 삼중수소로 환산하면 1㎏당 30만 베크렐”이라며 “월성원전에서 유출된 삼중수소가 문제가 된다는 사람들은 연한 아메리카노 커피에 더 큰 위협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 전략과도 맥이 닿는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인데, 정부가 월성 1호기를 폐쇄한 건 안전성 및 주민 수용성을 감안한 결정"이라며 "그런데도 감사원과 검찰 및 야당은 경제성 평가만을 문제 삼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경제성을 조작한 게 아니라 과정에서 사소한 잘못이 있었을 뿐이며, 이조차도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이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 정작 지역 주민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월성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최학렬 경주시 감포읍 주민자치위원장은 경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괴담을 퍼트리고 소설을 쓰는 것"이라며 "중수로발전소를 운영하면 삼중수소는 나오게 마련이다. 주민들 건강에 이상이 없도록 법적 기준치 이내에서 관리되고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한동네에서 원전과 같이 사는 우리는 괜찮은데 왜 갑자기 이러는지 거꾸로 묻고 싶다"고 전했다.
성수영/김소현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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