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됐다. 민주당이 추진할 대규모 재정지출에 걸림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조 바이든 정부 정책의 실행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약(弱)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원·달러 환율도 이에 동조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미국 달러화, 약세 가능성 높아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27포인트(0.3%) 상승한 90.06을 기록 중이다. 지난 5일 89.4까지 떨어지면서 2018년 2월2일(88.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달러인덱스는 다시 90선을 회복했다. 달러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은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돼서다. 지난 주 미국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결국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됐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이 상원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순조로운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봤다. 하지만 블루웨이브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주도권을 확보했고, 향후 바이드노믹스(Bidenomics)가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가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달러는 올 상반기 약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9000억달러 규모의 5차 부양책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 부양책이 상반기 중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경기 회복세가 동반되는 점은 강달러 요인"이라면서도 "하지만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대외 달러 공급 확대, 4차 산업혁명과 감세 등 도널드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의 수혜를 입었던 미국 기업들의 기초체력(펀더멘털) 약화 등으로 달러 약세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봤다.
달러는 가파르게 하락하기 보다는 변동성에 노출돼 출렁이면서 낙폭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며 "다만 매끄러운 추세보다는 변동성 있는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채 금리 상승과 물가 상승 속도 사이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된다는 이유에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경기부양책 규모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고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 달러 약세·위안화 약세에 발맞출 것
달러 약세 전망이 잇따르면서 국내 원화 향방에도 관심이 커진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강세) 속도도 달러 약세에 힘입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자주의에 방점을 두는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는 신흥국 통화에 우호적일 수 있어 원화 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또 코로나19 백신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먼저 보급되면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보전책과 수요 부양책이 빠르게 집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서비스업 회복과 중간재·산업재 중심의 제조업 수요도 정상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화의 대리(프록시) 통화로 여겨지는 중국 위안화에 대한 전망도 밝다. 이 역시 원화 가치 강세 요인이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달러대비 위안화 고시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6.5위안을 하향돌파해 지난 6일 6.4604위안을 기록하며 2018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수부양 기조를 여전히 유지함에 따른 중국 경제 회복, 유동성 환경 지속 등은 위안화 강세를 지지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선물은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1060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 선물사 정미영 센터장은 "상반기 약달러와 위안화 강세, 위험자산 선호심리 유지, 국내 수출 정상화 기조에 힘입어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며 "2분기께 원·달러 환율의 저점이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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