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절반 가량은 '일본의 국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본의 국력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 '일본의 경제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를 처음 앞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작년 10~11월 전국 18세 이상 남녀 16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발표한 우편 여론조사 결과 일본인들은 기술력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자신의 나라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전성기였던 1995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일본이 전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대 후반과 비슷한 수준이다.
군사력, 정치력, 외교력 등 나머지 국력에 대한 자신감도 현저히 떨어졌다. '군사력이 약하다'는 응답은 45%로 '강하다(11%)'의 4배를 넘었다.
정치력('약하다' 46%, '강하다' 8%), 외교력('약하다' 51%, '강하다' 7%), 교육력('약하다' 32%, '강하다' 22%), 어학력('약하다' 58%, '강하다' 7%) 등에서도 약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이었다.
유일하게 자신감을 보인 분야는 기술력이었다. '일본의 기술력이 강하다'는 응답이 64%, '약하다'는 10%였다. 이마저도 '강하다'는 비율이 2018년 80% 수준에서 크게 떨어졌다.
헌법개정 등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보수적인 색채도 강해졌다. '헌법을 개정하는 편이 좋다'는 응답이 57%로 '개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39%)를 크게 앞섰다. 2018년 조사에서는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65%)이 반대(27%)를 압도했다. 자위대가 일본인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과 국가공무원 가운데 '자위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5%에 불과했다.
법원('신뢰한다' 52%, '신뢰하지 않는다' 8%)과 경찰('신뢰한다' 50%, '신뢰하지 않는다' 13%), 검찰('신뢰한다' 44%, '신뢰하지 않는다' 10%)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이 위협적이다'라는 응답이 86%로 '북한이 위협적'(82%)이라는 인식을 처음 앞섰다. 미국에 대해서는 '좋아한다'가 68%, '싫어한다'가 12%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페이'와 같은 전자결제시스템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59%로 2018년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30대는 80%, 10~20대와 40대는 70%를 넘었다. 여전히 이용률이 97.7%에 달하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는 비율도 35%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구글이 72%로 1위를 차지했다. 라인(69%·복수응답 가능)이 야후(68%)를 처음 넘어섰다. 아마존(56%)과 라쿠텐(49%)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가 앞으로 2~3년 정도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3%로 가장 많았다. '1년 정도'는 16%였고, '5년 이상'이라는 답변도 11%에 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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