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높은 의료진, 최신 장비, 촘촘한 건강보험 안전망,손쉬운 접근성…
한국은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만한 우수한 의료보건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시절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K방역'이 일정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면 그 8할은 오랜 사회적 투자로 잘 구축된 선진의료시스템의 공일 것이다.
정부도 대외홍보에 적극적일만큼 우수한 'K의료'지만 1년여 진행중인 코로나 사태로 적잖은 물음표가 던저졌다. 많은 논란을 부른 백신 늑장확보는 의료행정의 문제이니 논외로 치자. 의료시스템의 총체적인 결과로도 볼수 있는 코로나 치사율을 보면 의료선진국의 면모로 보기에는 꽤나 부족하다. 초유의 코로나 사태에 우수한 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의외로 아시아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 6만9114명(이하 1월11일 기준)이 감염돼 그중 1140명이 사망했다. 치사율로는 1.65%다. 이는 아시아 평균 1.62%와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의 우수한 의료시스템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한국보다 치사율이 높은 나라는 중국(5.29%) 이란(4.30%) 인도네시아(2.90%) 이라크(2.15%) 등으로 주로 아시아 개도국과 중동권이다. 반면 일본(1.41%) 대만(0.80%) 싱가포르(0.05%) 이스라엘(0.74%) 등 아시아 부국은 전반적으로 우리보다 치사율이 낮다. 말레이시아(0.40%) 태국(064%) 인도(1.44%) 등 동남아 주요국의 치사율도 우리보다 훨씬 양호하다.
'전세계가 K방역을 칭송한다'고 해온 자화자찬이 민망해지는 결과다. 물론 이 치사율도 세계평균(2.14%)이나 G7 평균 (2.34%)에 비해서는 상당히 양호하다. 그렇지만 한국과 여러 면에서 사정이 비슷한 아시아권보다 못한다는 점에서 결코 만족하기 힘든 결과다.
대통령은 어제 신년사를 또 K방역 자랑으로 시작해 한찬동안 성과를 늘어놓았다.우리가 의료강국인 것은 맞다. 1인당 외래진료회수가 16.6회로 7.1회인 OECD보다 높고, 환자 1인당 입원일도 18.5일로 8.2일인 OECD보다 길다. 하지만 단점도 적잖다. 의료비에서 본인이 부담하는 비중이 34%로 OECD 평균(21%)보다 꽤나 높다.진료시 의사와 대면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도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K 선진의료'의 중심축인 건강보험의 위기는 더 절실하다. 정확히 문재인 정부들어서부터 적자가 급증중이어서, 이런 추세라면 3~4년뒤 고갈을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작년1~3분기 적자는 2조6000억원대로 전년동기보다 95%나 급증했다. 4분기 실적이 합쳐지만 2019년 적자 2조8243억원을 깨고 2년 연속 연간최대 적자기록을 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정대책없이 보장성만 급속 확대하는 방식으로 '문재인 케어'를 시행한 탓이 크다. 세계에서 제일 빠른 고령화까지 감안하면 자칫 의료시스템 공백사태도 우려된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이미 건강보험료율를 올려 추가인상도 만만찮다. K방역 홍보는 이쯤에서 멈추고 선진 K의료를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돌아볼 시점이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