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토스로 대박 낸 KTB, 美·中 해외투자도 630% 수익 '잭팟'

입력 2021-01-12 15:36   수정 2021-01-12 16:08


KTB그룹의 벤처캐피탈(VC)인 KTB네트워크가 미국과 중국의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해 7배가 넘는 수익을 냈다. 배달의민족과 토스 투자로 입증된 KTB의 ‘벤처투자 선구안’이 해외에서도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는 2018년 5월 미국 바이오 장비업체 버클리라이츠에 522만달러(약 57억원)을 투자했다. 버클리라이츠는 생물의 세포에서 질병치료에 필요한 바이러스나 항체를 발견할 수 있도록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2011년 설립됐고 지난해 7월 나스닥시장에 상장됐다.

나스닥 상장 후 버클리라이츠는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작년 말 기준 KTB네트워크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4472만달러로 투자원금 대비 756.7%(멀티플 기준 8.6배) 급증했다.

KTB네트워크는 2019년 9월 471만달러를 투자한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모터스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샤오펑은 작년 8월 뉴욕증시에 상장된 뒤 니오, 리오토 등과 함께 ‘중국 전기차 3대장’으로 각광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작년 말 KTB네트워크의 샤오펑 주식 평가액은 2781만달러, 수익률은 490.4%(5.9배)를 기록했다. 이로써 KTB네트워크 펀드는 두 회사 투자에서만 630%(7.3배)가 넘는 수익을 냈다.

해외 벤처기업 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국내 VC 중에서도 선도적으로 일찌감치 해외진출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말 기준 전체 운용자산 1조1645억원 중 해외투자 자산만 3000억원이 넘는다.

KTB는 벤처투자란 말조차 생소했던 198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처음 진출했다. 2000년에는 중국에 사무소를 마련했다. 버클리라이츠는 미국 현지법인인 KTB벤처스에서, 샤오펑은 중국 상하이사무소에서 각각 발굴했다.

KTB의 해외 벤처투자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시장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그랩을 비롯해 인도의 온라인식료품 업체인 그로퍼스, 중국 바이오기업인 카스젠, 대만 모바일방송 업체인 17라이브 등에도 투자했다.



신진호 KTB네트워크 대표(사진)는 “앞으로 핀테크와 플랫폼 기반 서비스, 헬스케어 등 유망섹터를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뿐 아니라 인도와 동남아 등 신흥 성장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TB네트워크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투자로 18배,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투자로 25배의 투자수익을 올려 화제가 됐다.

증권가에서는 KTB네트워크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모회사 KTB투자증권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KTB네트워크의 토스, 버클리라이츠, 샤오펑 등에 대한 지분 회수이익과 평가이익은 작년 4분기 KTB증권의 연결 기준 실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KTB증권은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인 27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TB증권 주가는 지난해 초부터 69.5%(지난 8일 종가 기준)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44.9%)는 물론 증권업 평균(21.2%)을 웃돌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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