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라디오에서 "보궐선거만 끝나고 나면 나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여기(국민의힘) 와서 8개월째 돼가는데 내부에서 무슨 별의별 말이 많잖냐"며 "내가 무슨 이 당을 좌클릭하느니 어쩌니, 정치라는 게 아주 고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신이 당 소속 의원들에게 마르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의 '공동선(공공선) 자본주의'라는 보고서를 보낸 사실을 언급했다. 미국 보수정당인 공화당 소속의 루비오 의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복리후생 향상이라는 공공선(common good) 중심의 시장경제를 추구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공공선 자본주의를 나눠줬더니 당 의원들은 '당을 좌클릭하려고 그런 것 돌렸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내가 이렇게 한심한 사람들하고 뭘 하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루비오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수년간 경제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됐다”며 "(기업들은) 주주들의 이윤을 챙기는 것만 신경썼고 노동자들과 국가를 위해 투자할 의무는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주의 이익을 일부 훼손하더라도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 등 공동선을 위해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 정도를 좌클릭이라고 염려한다면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대선이라는 큰 판에서 당 대표로서 한번 더 당을 이끌어달라는 호소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도 김 위원장은 "별로 매력이 없어서 내가 안 한다.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치라는 게 웃으면서도 밤낮 머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에 인생이 편치가 않다. 인생이 얼마 남지도 않은 내가 뭐하러 굳이 그 짓을 하겠냐"고 답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한 가지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 밖에 안 온다"며 "내가 보기에 (윤 총장은)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며 "본인이 잘 파악하면 현자가 될 수 있는 거고 파악을 못 하면 그냥 그걸로 말아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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