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은 'AI+X 시대'…인공지능 활용에 제조업 사활 걸려"

입력 2021-01-12 17:43   수정 2021-01-13 01:33


“지난 10년 동안 인공지능(AI)은 기술 자체의 발전이 화두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AI와 다른 서비스를 결합한 ‘AI+X’가 핵심이 될 것입니다. 제조업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를 중심으로 AI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윤성로 위원장은 12일 열린 ‘2021 한경 디지털 전환(DX) 전략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경 DX 전략 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 전략을 모색하고 논의하기 위한 행사로 올해 처음 마련됐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열렸다.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윤 위원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 확산, 재난의 일상화,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 등으로 대표되는 ‘뉴 노멀’이 정착되고 있다”며 “인류에게 닥친 어려움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적 축으로 AI를 중심으로 한 ‘지능화’와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정보화’를 꼽았다. 특히 그는 AI를 ‘새로운 전기(electricity)’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기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한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반”이라며 “AI 역시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사람이 지능을 발휘할 수 있는 많은 일에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좋은 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해외 주요 국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더불어 디지털 전환을 위한 미래 전략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데이터 댐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디지털 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데이터 3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흥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한국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며 “그동안 한국 기업이 잘해온 분야와 DNA(데이터·네트워크·AI)를 접목하면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위원회도 데이터 기반 디지털 정책 입안, 공공부문 데이터 활성화 등 디지털 경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격변은 업종·영역 불문 확산
두 번째 기조연설을 맡은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디지털 역량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도미노피자를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30분 배달을 무기로 급성장했지만 다른 업체들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차별성이 없어졌다. 2008년 주당 가격이 3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개인별 최적화, 상품 추천 모델을 도입했다. 도미노의 주가는 아마존, 구글, 애플 등보다 급격히 올랐고 현재는 주당 가격이 400달러에 이르렀다.

김 부회장은 “한국 기업의 90% 이상이 아날로그에 기반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회사들은 2010년대 도미노와 같은 (최소한의) 디지털 역량은 다들 갖추고 있다”며 “아날로그 업의 본질을 디지털 시각에서 보는 것이 디지털 변혁의 시작”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정육점, 피자회사, 대형마트 등 전통적 생활밀착형 산업에 AI, 빅데이터 등을 접목한다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환경
세계 각국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류재원 KOTRA 무역기반본부장은 “이제는 코로나와 디지털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환경이 됐다”며 “현실 사회와 미래 사회,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 간격을 줄이는 디지털 전환 움직임이 각국에서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의료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줌 등 비전통 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존 내에서 ‘디지털 유로’ 발행 움직임도 주목할 만한 이슈로 꼽혔다.

김형택 디지털이니셔티브그룹 대표는 “언택트 분야를 책임지는 최고(C-레벨)책임자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경영 환경이 바뀌었다”며 “나이키의 디지털 기반 소비자 직거래 방식, 현대자동차의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등 변화에 대응한 기업들은 혜택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디지털 전환에서 기업이 속한 산업군은 중요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손부한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는 “기업의 업종보다는, 코로나가 곧 끝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 기업과 그렇지 않았던 기업 사이의 격차가 벌어졌다”며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고 있던 개별 기업들이 성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우/김진원/이시은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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