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또 '보류'…적격성 심사에 발목잡힌 마이데이터 사업

입력 2021-01-12 16:58   수정 2021-01-13 01:38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들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서 암초를 만났다. 마이데이터 신청 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가진 대주주가 제재를 받거나 소송이 진행 중이면 심사를 중단한다는 현행 규정 때문이다. 마이데이터와 무관한 이유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융업계와 빅테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 이상 주주가 제재를 받으면 심사가 중단된다는 규정도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카카오페이, 2차 허가에서도 보류될 듯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에서 마이데이터 사업 2차 예비허가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국은 허가 안건에 빅테크 중 토스를 포함했으나 카카오페이는 제외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 인민은행에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 앤트파이낸셜이 제재를 받은 적이 있냐는 확인서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답이 오지 않았다”며 “며칠 안으로 회신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용정보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신청 회사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모회사가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면 심사가 중단된다. 일명 ‘심사중단제도’다. 앤트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의 지분 가운데 43.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중국 당국의 앤트파이낸셜 제재가 엉뚱하게 카카오페이의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결정하는 변수가 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0월 앤트파이낸셜의 상장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앤트파이낸셜이 비상장회사라는 점도 고려하면 재무건전성을 확인하고 관련 제재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앞서 예비허가를 받았던 네이버파이낸셜도 지분 10% 이상 주주 규정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17.66%를 보유했던 미래에셋대우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11일 보통주를 전환우선주(CPS)로 1 대 1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 지분율을 9.5%로 끌어내리면서 심사 중단 요건을 간신히 피했다.
관련 없는 이유로 심사 중단은 부적절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에 앞서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네 곳과 삼성카드, 경남은행도 심사가 중단됐다. 기존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권과 핀테크업계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사업”이라며 “전혀 관련 없는 사건과 엮어서 심사를 중단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금융위는 뒤늦게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6일 “신규 인허가 시 운영되고 있는 심사중단제도는 판단 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비판이 있는 만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개선안이 나오는 데 얼마나 걸릴지 어떻게 아느냐”며 “사업 지연에 따른 책임은 결국 업계가 만회해야 하는 셈”이라고 했다.

10%의 지분만 갖고 있어도 심사 중단 이유에 포함된다는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무적 투자자(FI)에까지 적용하는 건 과도하다는 것이다. 다른 업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보험이나 증권회사를 인수하거나 허가를 받을 때는 1대 주주와 그 모회사만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 손해보험사 설립 과정에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 모두 두 차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10% 이상 주주가 외국에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우/오현아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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