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전 세계 '신뢰 1위' 지도자

입력 2021-01-12 17:36   수정 2021-01-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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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화하세요.”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유럽 국가들과 협의할 때 각국 외교 참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외교 달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유럽과 대화하고 싶을 때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는가”라며 고민했던 것에 빗댄 말이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몇 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독일에서도 지지율이 70%를 웃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난해 3월 잠시 53%까지 내려갔지만 다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메르켈의 인기 비결을 ‘위기 때도 믿을 수 있는 신뢰자산’에서 찾는다.

코로나 사태 대응부터 달랐다. G7(주요 7개국) 정상 중 유일하게 이공계(물리학 박사) 출신인 그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전하며 신뢰도를 높였다. ‘비관론’에 가까운 메시지는 비현실적인 호언장담보다 큰 믿음을 줬다.

지난 연말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코로나 빚’을 지고, 2년 뒤부터 갚아나가겠다”며 적자재정 필요성과 상환계획까지 밝히고 이해를 구했다. 독일 경제의 순항을 이끈 원동력도 그의 신뢰자산에서 나왔다. 독일은 2019년까지 6년 연속 재정흑자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3%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메르켈은 이념을 앞세우지 않는 실용주의 정치로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중대한 일을 판단할 때는 충분한 자문을 거쳤다. 그의 전기를 쓴 영국 정치학자 매슈 크보트럽은 “메르켈은 경제자문인 옌스 바이트만 등 유능한 참모를 활용하며 위기를 돌파했다”고 평했다.

메르켈의 이미지 중 하나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모은 두 손이다. 그가 “균형을 잡고 서 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 이 자세는 독일인들에게 신뢰와 안정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10월 물러나는 그는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16년 장수 총리’이자 한때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유럽의 명의’로 바꾼 주역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메르켈이 평소 앙숙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영구정지 소식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는 법에 의해서만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신뢰와 원칙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자식이 없는 그가 ‘무티(Mutti·엄마)’라는 애칭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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