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장기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법원 정문은 오전 7시부터 취재진 차량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오전 8시가 되자 서울남부지방법원 일대는 60여명의 시위자와 경찰들이 부딪치며 혼잡을 빚었다.
경찰 제지에 충돌까지…시위자 "우리도 잡아가라" 분통
이날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과 남부지방법원 앞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소속 회원들이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입앙 부모의 살인죄 처벌을 원합니다' 등의 현수막과 천을 몸에 두르고 자리를 지켰다.'사형'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시위자들의 수가 점차 많아지자 경찰들은 '이 선을 넘지 마세요'라고 적힌 바리게이트 30여개로 이들을 막아서기도 했다. 시위자들이 경찰의 지시를 따르면서 이때까지만 해도 충돌은 없었다.
오전 8시40분경 시위자들이 "양부를 구속하라" "양모는 살인죄다"고 떼창하며 울부짖자 경찰이 줄지어 길목을 막아서면서 인도가 마비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20여분간 구호를 외치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정인이 어떡해" "우리 정인이"라고 서로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9시10분께 정인이 양모가 탄 것으로 보이는 호송 차량이 등장하자, 시위자들은 "살인"이라고 외치면서 정문으로 돌진했다. 취재진까지 자리하면서 60여명의 인파가 한자리에 모이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이 "미신고 집회를 강행할 경우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따라 주최자와 참가자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 방송하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측은 "이게 무슨 시위냐. 아이 한명 보호하지 못했으면서 우리를 처벌한다고 한다. 잡아가라"고 소리쳤다.
시민들 "강력 처벌 원한다" "부모로서 눈물겨워 말도 못해"
이날 시위에 나선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이소영씨(55)는 "정인이 사건으로 일상이 망가졌다.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소리쳤다.그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사건 자체도 끔찍하나 경찰의 대처와 검찰이 살인죄를 넣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분노의 지점"이라며 "모든 아이는 소중하다.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소영씨는 “유사한 사건을 다시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중형 선고 시까지 계속 행동할 것”이라며 “처벌이 약한 것은 이러한 사건에 동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건을 듣고 일상이 무너졌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시위 현장을 바라보던 시민 전모씨(79)도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모로서 자식 키우는 심정에서 눈물겨워서 말하기도 힘들다. 중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씨는 "올바른 정신인지, 왜 입양을 했는지 이해가 안되는 지점이 너무 많다. 아이를 놀이감 삼으려 한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입양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심지어 입양한 불쌍한 애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제로 법원 앞에는 많은 시민들의 호소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날 서울남부지방법원 인근은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끝없이 이어졌다.
자신의 지역을 표현하며 '00 엄마' '00 주민 일동'이라고 적힌 화환 문구에는 "살인자에게 최고의 형벌을 내려주세요" "검사님 저희가 함께 하겠습니다" "학대치사가 아닌 의도적 살인이 아닐 수 없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판사님 정인이의 한을 풀어주세요" "명백한 살인입니다" "극악무도한 살인마 양모에게 법정최고형을 주십시오" "얼마나 잔인해야 살인죄가 되나요"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문구 사이 사이에는 "다음 생에는 엄마 딸로 만나자" "정인아 사랑해" "정인아 미안해" 등의 애틋함도 묻어 있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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