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공매도 금지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지금 증권시장은 지나치게 과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막연히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시켜서 증권시장 과열을 연장해야하는지에 대해 증권당국이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매도 금지 기한 연장 주장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현재 정치권은 오는 3월 15일로 예정된 공매도 거래 재개 이슈로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2차례 금지 기한 연장에 '입김'을 넣었던 여권이 또 다시 금지 연장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면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증권당국 판단에 의해 결론이 날 것"이라면서도 "당국이 현재 증권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에 대해 예리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월 공매도 재개 방침을 밝힌 금융위원회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주식시장이 왜 저렇게 갑자기 달궈졌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지금 30대에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허탈감에 빠져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인다 하면 거기에 그냥 돌격하는 그런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 보면 '빚투(빚내서 투자)'를 한다는 건데, 그게 장기적으로 볼 것 같으면 위험한 짓"이라고도 했다.
공매도 금지기한 연장을 주장하고 있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민의힘이 똑똑한 투자를 하는 국민을 인정하지 않고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월적·계몽적 사고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피 3100 돌파는 동학 개미가 대한민국 미래 산업에 투자한 것인데 왜 국민의힘은 이를 인정 못하나"며 "공매도 재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동학 개미들에게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일각에선 여권이 올해 3월부터 공매도를 재개하는데 합의해놓고 4월 선거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본 탓에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제1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공매도를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대신 보완책으로 △차입공매도 제한의 법적 근거 신설 △차입공매도한 자의 유상증자 참여 금지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처벌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달 9일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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