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 성공했지만 우연히 펜화를 접하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펜화는 펜촉을 사포로 갈아 0.05㎜, 0.03㎜ 굵기로 만든 뒤 도화지에 선을 50만~80만 번 그어 완성하는 작업이다. 고인은 서양에서 시작된 펜화를 독학으로 연구하고 전국을 돌며 우리 문화재를 한국적 화풍으로 표현했다.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의 1910년대 전경을 비롯해 양산 통도사, 해인사 일주문, 광화문, 밀양 영남루, 경주 황룡사 9층 목탑 등 전통 건축물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현재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유실되거나 소실된 부분을 온전하게 되살렸다. 한국펜화가협회 회장을 맡는 등 펜화 활성화에도 힘을 쏟았다. 빈소는 인천 청기와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5일 오전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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