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가계·기업…1년새 208조원 불었다

입력 2021-01-14 17:20   수정 2021-01-15 00:23

가계와 기업이 지난해 은행에서 208조원에 이르는 돈을 새로 빌린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 잔액이 사상 최대인 것은 물론이고 연간 차입금 증가폭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가계는 주식 투자를 늘리고 집과 전세금 마련을 위해,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여건이 나빠져 빚을 대거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0년 1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말 은행의 가계대출·기업대출 잔액은 1965조2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207조9000억원 늘었다. 작년 대출 증가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최대다. 2019년 증가폭 105조6000억원의 두 배에 이르렀다.

은행 가계대출은 작년 말 988조8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0조5000억원(11.3%) 늘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721조9000억원으로 68조3000억원 증가했다. 연간 증가폭으로는 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규제가 완화된 2015년(70조3000억원) 후 5년 만에 가장 컸다. 신용대출은 266조원으로 32조4000억원 불어나 역대 최대폭 증가했다.

가계 빚이 늘어난 것은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에 나선 결과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 공모주 청약 자금을 마련하려는 차입금 조달 수요가 컸으며 일부 가계는 부동산 구입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차입금을 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976조4000억원으로 107조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기업 차입금 증가율 12.4%는 2019년 5.4%의 2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이 386조원으로 사상 최대인 47조5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로 벌이가 시원치 않아진 자영업자들이 원재료 구매와 직원 급여, 이자비용을 비롯한 운영자금을 빚으로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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