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안문배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국내 4~14세 어린이 226명을 관찰했더니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어린이 비율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23.9%에서 유행 이후 31.4%로 늘었다. 아이들 비만은 단순히 살찌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성인 비만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이런 질환이 생기기 쉽다. 유아기에 비만이면 3명 중 1명은 성인이 된 뒤에도 비만 체형을 유지한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코로나19 이후 100㎏이 넘는 초고도 비만 진료도 늘었다”며 “고지혈증, 고혈압 등을 함께 앓는 아이가 많아지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국내 소아청소년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승하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국내 10~19세 소아청소년 4448명을 분석한 결과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 사용 문제와 상관없이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다. 비만 등 대사질환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2001~2005년 2383명의 소아청소년과 2015~2017년 2065명을 각각 비교했더니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비율은 2001~2005년 7.8%에서 2015~2017년 11.2%로 44% 증가했다. 여학생 환자가 더 많이 늘었다. 남학생은 이 기간 10.6%에서 14.7%로 38.6% 비율이 증가했지만 여학생은 4.6%에서 7.4%로 60.8% 늘었다.
같은 기간 비만인 소아청소년도 7.3%에서 10.6%로 45.2% 증가했다. 소아청소년 복부 비만 비율도 10.0%에서 12.8%로 늘었다.
박 교수는 “소아비만이 줄지 않는 이상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소아청소년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심혈관 질환과 당뇨는 물론 간경변증, 지방간염 등 간 관련 사망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
이런 소아청소년 지방간 환자는 최근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지방간 환자 중 20세 미만 환자는 2015년 9482명에서 2019년 1만3029명으로 37.4% 늘었다. 심리적으로 예민한 소아청소년기의 특성 때문에 비만하면 사회생활, 학교생활 등에서 자존감을 잃기 쉽다. 학업성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체중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아이에게 투여한 항생제 종류가 많을수록, 사용 기간이 길수록, 투여 시기가 빠를수록 비만 위험이 컸다. 항생제를 다섯 종류 이상 사용한 아이는 한 가지만 투여한 아이보다 비만 위험이 42% 높았다.
투여기간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 180일 이상 항생제를 쓰면 30일 이내로만 사용한 것보다 비만 위험이 40% 높아졌다. 생후 6개월 이내에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18~24개월일 때 처음 치료받은 것보다 비만 위험이 33% 커졌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균총이 바뀌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장 속에 있는 미생물이 항생제 때문에 죽거나 제 기능을 못해 손상되면 비만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국내 24개월 미만 영유아 항생제 처방률은 99%에 달한다. 연구팀은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박상민 교수는 “항생제 사용에 따른 득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해야 한다”며 “영유아에게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밥, 생선, 고기, 국, 우유, 면 등 일반적인 식사는 노랑군 음식이다. 식사로 제공되는 양만큼은 먹어도 된다. 반면 패스트푸드 등은 빨강군 음식이다. 끊어야 한다. 음료수 등에 든 과당은 간에서만 대사되기 때문에 알코올처럼 간에 나쁜 영향을 주기 쉽다. 가급적 끊어야 한다. 이 교수는 “단순히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 것보다 하루에 절반 정도는 일반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며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등 빨강군 음식을 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비만인 아이들이 병원을 찾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습관 교정이다. 관절 부담을 줄이는 선에서 매일 적정 시간 운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도 호전되지 않으면 약을 먹거나 수술해야 한다. 마 과장은 “실외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 운동해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다”며 “아이들은 하루 한 시간씩 주 3회는 야외활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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