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예언은 무서워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을 알고는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던 이유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14일 서울시장 비서실 전 직원 A 씨의 재판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이날 술에 취한 동료 직원 B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B씨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 씨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자신의 행위가 아닌 박 전 시장의 행위로 생긴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A씨의 성폭행과 피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이 B 씨에게 속옷 사진을 보내고 '냄새를 맡고 싶다', '몸매 좋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 '성관계를 알려주겠다'고 문자를 보낸 사실이 공개적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B 씨가 박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B 씨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받게 된 근본 원인은 A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박 전 시장은 집을 나서 북악산 쪽으로 이동한 이후 측근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시장은 사망 직전 측근에게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A 씨의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문자'의 실체가 밝혀지자 2012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박 전 시장 관련 남긴 트윗 글이 다시 화제가 됐다.
조 전 장관은 박 전 서울 시장은 물론 오거돈 전 부산 시장까지 성추문에 휘말릴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서울 시민께 말씀드립니다. '문재인의 대한민국이 어떨 것 같으냐고요? 박원순의 서울시가 전국화된 것을 상상하십시오"라고 썼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 같은 조 전 장관의 트윗을 공유하며 '오늘도 어김없이 한 말씀 미리 해 두셨네'라고 적었다. 조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수많은 트윗을 통해 사회 전반 이슈에 대한 글을 써둔 일이 후일 재조명되며 내로남불로 비판받는 현실을 비꼬아 말한 것이다. 이 글에는 "조국의 예언은 무섭다", "X소리 지겹지도 않나. 서울대 강의없이 혈세 5천만원...양심 좀 가져라", "조국의 입은 국보로 보관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그릇된 행동으로 치러지는 서울, 부산 시장의 재보궐선거에는 약 838억 원의 세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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