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3000 시대’가 열리면서 주식 투자 열기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1일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492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과거 개미에게선 상상할 수 없었던 ‘역대급 주식 쓸어담기’다. 증권사 영업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예·적금을 깨거나 전세금을 빼서 주식 투자에 나서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어린 자녀에게 ‘경제 공부’ 삼아 주식계좌를 개설해 주는 부모들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7개 주요 증권사에 개설된 미성년자 계좌는 31만554개로 1년 전의 아홉 배에 육박했다. 시장 분위기가 잔뜩 달아오름에 따라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만약 이 질문을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에게 던진다면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버핏은 “과열”이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이름이 붙어 있는 이른바 ‘버핏지수(Buffett indicator)’대로라면.
버핏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체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비율을 말한다. 한 나라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규모, 즉 GDP와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지표는 버핏이 200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적정 주가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최고의 척도”라고 강조하며 유명해졌다. 통상 버핏지수가 70~80% 수준이면 증시가 저평가된 것으로, 100%를 넘으면 거품이 낀 것으로 판단한다.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 버핏지수의 적중률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계 증시를 기준으로 계산한 버핏지수가 100%를 넘겼던 2000년 2008년 2018년 등에는 어김 없이 주가 하락이 찾아왔다. 한국 증시의 버핏지수는 100%를 넘은 적이 거의 없지만 지난해 말 123.4%까지 올라왔다.
물론 버핏지수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미래의 주가 향방을 예측하는 것은 신(神)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증시 분석가들은 시장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를 동시에 참조한다. 주가의 일반적 평가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 한국 증시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수출 대비 주가 등이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로 무리수를 두지 말라고 경고한다. 개미들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기관·외국인에 비해 자본력과 위기 대응 능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실물 간 괴리가 커진 상태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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