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疑心暗鬼(의심암귀)

입력 2021-01-18 09:00  


▶ 한자풀이
疑 : 의심할 의
心 : 마음 심
暗 : 어두울 암
鬼 : 귀신 귀


의심을 품으면 없던 귀신도 생긴다
의혹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는 뜻 - <열자(列子)>


어떤 사람이 아끼던 도끼를 잃어버렸다. 도둑맞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되자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었다. 그 아이 동태를 유심히 살펴볼수록 의심은 더 커졌다. 길에서 마주치면 슬금슬금 피하는 듯했고, 안색이나 말투 역시 뭔가 미심쩍었다.

“아무래도 내 도끼를 훔쳐간 놈은 저놈이 분명해.” 그렇게 믿고 있던 어느 날, 얼마 전 나무하러 갔다가 도끼를 산에 놓고 온 일이 떠올랐다. 급히 달려가 보니 도끼는 산에 그대로 있었다. 도끼를 들고 집으로 와 그 아이를 보니 태도가 예전과 달라보였다.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의심을 품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 <열자>에 나오는 얘기로, ‘의심을 품으면 귀신도 생긴다’는 뜻의 의심암귀(疑心暗鬼)는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열자>에는 비슷한 얘기가 또 있다.

어떤 사람의 집에 말라죽은 오동나무가 있었다. 이웃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 집 안에 말라죽은 나무가 있으면 재수가 없다네. 그걸 베어버리지 왜 그냥 놔두나?” 기분이 찜찜해진 오동나무 주인이 그 나무를 베어버렸다. 이웃 사람이 다시 나타나 땔감이 부족하니 좀 빌려달라고 했다. 주인은 속았다는 생각에 버럭 화를 냈다. “자네는 땔감이 필요해서 나를 속였군. 이웃에 살면서 어쩌면 그리 엉큼한 거짓말을 할 수 있나.” 이웃 사람은 아무런 꿍꿍이 없이 죽은 오동나무를 베어내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오동나무 주인이 제풀에 의혹을 품은 것이다.

암(暗)은 어둡다는 뜻이지만 ‘어리석음’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밝다는 뜻의 명(明)과 대비된다. 명군(明君)은 정사에 밝은 지혜로운 군주, 암군(暗君)은 정사에 어두운 어리석은 군주를 가리킨다. 따라서 암귀(暗鬼)는 ‘어리석은 귀신’, 즉 망상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선입견은 판단을 빗나가게 한다. 누구나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순 있다. 하지만 근거가 미약한 의심은 판단을 그르치고, 처신을 어긋나게 한다. 판단이나 결정을 잠시 미뤄야 할 때가 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의심이 마음에 가득한 순간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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