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A.25030932.1.jpg)
세계 식량 공급망은 작년부터 균열을 보였다. 첫 번째 이유는 이례적인 기후 변화다. 유럽연합(EU) 지구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해 1, 5, 9, 11월은 각각 당월 사상 최고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지구가 끓어오르자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주요 식량산지 곳곳에선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주요 작물이 큰 작황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도 세계 식량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주요 생산국 농가엔 계절노동자가 크게 줄었다. 각국 간 물류 비용은 대폭 늘었다. 일부는 이동이 어려워져 아예 판로가 깨졌다.
주요국의 식량 보호주의 움직임도 곡류 가격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자국 내 밀 공급량이 줄자 수출 억제 조치를 내놨다. 러시아 정부는 오는 3월 1일부터 밀 수출 관세를 t당 50유로로 기존 대비 두 배 올린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옥수수와 보리에 대해서도 수출 관세를 인상할 계획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 인플레이션’은 이제 현실”이라며 “곡류를 비롯해 육류, 유제품 등 식량 가격 상승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공급망 문제는 단기간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다.
이 같은 추세는 국내 식품물가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식품 원재료나 사료로 쓰이는 대두와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면 돼지고기 같은 육류 가격도 오른다. 밀 가격이 급등하면 제분 업체가 쓰는 소맥분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식품기업도 라면·빵·과자 등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할 공산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곡물자급률(국내 농산물 소비량 대비 생산량 비율)은 21.0%에 불과하다. 밀의 경우엔 소비량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한다.
국내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기업은 통상 원료 재고를 3~6개월분가량 확보해두는데, 주요 식량 원자재 가격 오름세는 이미 6개월을 훌쩍 넘었다”며 “지금까지는 식탁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 기업이 원가 부담을 감내했지만, 여기서 곡류 가격이 더 오르면 더 이상 견딜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