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중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이른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 영향이다. 원화를 달러를 환전해 해외 주식을 사들이려는 '서학개미'가 늘어난 것도 환율을 밀어올리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1시5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3원40전 오른 달러당 1102원80전에 거래 중이다. 환율은 6원10전 오른 1105원50전에서 거래를 시작한 이후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이대로 마감할 경우 지난 24일(1103원) 후 종가 기준으로 1100원 선을 돌파하는 것이다.
환율이 오른 것은 미 통화정책이 긴축적 기조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로버트 카플란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올해 미 경제가 강하게 성장하면서 Fed가 이례적으로 꺼내든 완화적 통화정책 일부를 되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실물경제가 회복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크게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완화정책으로부터의 후퇴와 재조정, 정책금리 변경을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 2023년까지 '제로금리'(연 0.0~0.25%)를 유지하고 매달 미 국채·주택저당증권(MBS) 1200억달러어치를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4일에 "지금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종료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며 "향후 자산매입을 축소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면 사전에 미리 시장에 알릴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개인이 해외주식을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화된 것도 환율이 1100원 선 안착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4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24억6789만달러(약 2조7200억원) 순매수했다. 작년 같은 기간(3억5492만달러)의 7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개인이 해외주식 투자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 매수세가 몰리면서 환율의 하단이 단단해질 것"이라며 "견조한 중국 경제지표 등은 오름세를 꺾을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환율은 1090~1110원을 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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