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띄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뜻 존중한다"며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솔직히 제 생각 말씀드리기로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 돼 있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서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는 생각"이라며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과 권력형비리로 국가적 피해 막심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며 "그래서 법원도 그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라면서도 "선고가 끝나자 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하물며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다만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국민들도 많이 있고, 그분들 가운데 지금 상황에 대해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한다"며 "그런 국민들의 아픔까지도 다 아우르는 사면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자 라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에 대해서도 대전제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이 통합의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면을 놓고 또다시 극심한 분열이 있다면 통합에 도움이 되기보단 오히려 통합 헤치는 결과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사면의 부적절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의 사면 관련 발언이 전해진 뒤 "대통령 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꼈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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