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재벌개혁' 얘기한 날, 이재용 구속…충격 휩싸인 삼성

입력 2021-01-18 15:01   수정 2021-01-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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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얽힌 '뇌물공여' 사건으로 결국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1년6개월(잔여형기) 간 총수 없이 그룹을 꾸려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삼성은 당장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공백을 대체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곧바로 법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 간 구속 수감된 바 있어 이번 선고로 1년6개월의 징역을 더 지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떤 기업인도 정권의 강압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하루 아침에 구속되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수감되면서 삼성은 당장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반도체·모바일·5G 등 촉각을 다투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아서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은 어떠한 말씀도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2017년에도 투자와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올스톱' 시킨 바 있다. 기업의 명운이 달려 있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사안에 '책임자'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석방된 2018년 비로소 180조원(국내 13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와 3년간 4만명에 달하는 고용창출 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삼성은 2018~2019년 시설과 연구개발 등에 약 110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약속한 국내 투자 130조원을 초과 달성했고, 신규 채용 4만명 약속도 지켰다.

또 2019년 추가로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133조원 투자, 디스플레이 산업 13조원 투자,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에 1조74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대규모 경영 활동을 단행했다.

구속 기간 삼성 경영진이 이 부회장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면회하는 것밖에는 없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24시간 체제로 돌아가는 현안을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장 김기남 부회장을 중심으로 성장 중심의 경영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방식을 택하는 한편 중대한 결정을 미루는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선고 이후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선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하는데 일조해왔다"며 "법원의 구속판결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개혁'과 관련해 "'공정경제 3법'이 우리 기업 지배 구조의 민주화라던지, 대중소기업들 간의 공정경제라던지, 이런 것을 통한 경제 민주주의의 진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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