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마련된 제단에 임직원을 대표해 헌화했다. 이어 고인의 생가가 있는 울산 울주군 선영을 방문했다. 신 회장은 동영상 인사말을 통해 “아버지는 위기의 순간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강조했고, 성장의 시기에는 겸손과 나눔의 미덕을 보여줬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그는 “아버지는 어려움이 있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극복하겠다는 굳은 의지라고 말씀하셨다”며 “오늘은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지는 날이다. 아버지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고 했다. 신 회장은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어떤 힘든 순간이라도 이겨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10분가량의 추모 영상에는 고인의 울주군 고향집 실내 모습이 처음 나왔다. 그가 타계 전 고향에서 마을 잔치를 열 때마다 지냈던 곳이다. 선풍기 등 오랫동안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살림살이가 공개됐다. 장녀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마을이 댐 사업으로 수몰돼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아버지가 댐 옆에 고향집을 다시 짓고 매년 잔치를 열어 그분들을 만날 수 있게 했다”며 “낯선 타국에서 힘들게 사업하면서도 고국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롯데라는 그룹을 일구고 한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각계각층 인사들도 추모 영상에 등장해 신 명예회장을 기렸다. 그와 복합쇼핑몰 등 개발 사업을 수십 년간 함께해온 오쿠노 쇼 건축연구소 회장은 “신 명예회장은(1970~1980년대) 소공동과 잠실 롯데월드를 개발할 때부터 세계 최고 수준을 추구했다”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신 명예회장의 생전의 삶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큰 교훈과 표본이 된다”고 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진용 한국유통학회장,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장 등도 추모의 뜻을 전했다.
버클리 음대 출신의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강상수 씨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연주 영상을 보냈다. 강씨는 신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1983년 설립한 롯데장학재단의 수혜자다. 강씨는 “신 명예회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사람들과 세상을 위해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학재단을 키웠다고 생각한다”며 “그의 뜻을 기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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