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증시로의 자금이동을 우려하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주식과 실물이 따로 놀지 않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한국은행도 최근 단기과열을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통장에 대한 직접 규제는 단선적이고 행정편의적 졸속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은 지난달 말 46조5310억원이었던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보름 새 48조1912억원(14일 기준)으로 1조6600억원 늘어난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신설 마이너스통장도 이 기간 중 하루 1000여 건에서 2000여 건으로 2배 늘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규제를 하기에는 관찰기간이 너무 짧다. 연초라는 특성상 ‘경제·사회 활동’을 새로 시작하는 이들이 몰렸을 수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정도는 은행 스스로 결정할 기본적인 ‘금융비즈니스’라는 점이다. 은행 자율로 판매전략과 리스크 관리방안을 모색해도 될 일에 감독당국이 또 나서니 ‘관치금융’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마이너스통장은 봉급생활자, 자영업자 등 ‘현대인’에게는 필수다. 새내기 사회인에겐 더욱 요긴한 ‘생활금융’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꽁꽁 묶인 데다 근래 들어 신용대출까지 한껏 조인 판국에, 신규든 기존 가입자든 마이너스통장까지 옥죄면 서민·중산층의 소비지출 활동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은행이 자체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운용하는 마이너스통장에까지 획일적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식으로는 ‘금융 선진화’도 헛구호일 뿐이다. ‘창의행정’이란 말은 못 들을지언정 투박한 ‘행정 편의주의’는 곤란하다. 한층 정치(精緻)해야 할 금융에까지 너무 쉬운 행정만 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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