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지방자치단체장이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각종 토론회에서 복지정책과 경제정책에 대한 신경전을 벌여오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포문은 원희룡 지사가 열었다. 한 방송사의 신년 토론회에서도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이재명 지사와 맞붙은 바 있는 원희룡 지사는 19일 "경기도는 '무차별' 지원이고 제주도는 '맞춤형'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해당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보편-선별' 프레임이 아닌 '무차별-맞춤형'이라는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원희룡 지사가 올린 페이스북 글의 제목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그는 페이스북에 '재난지원금, 무차별식 아닌 맞춤형 집중 지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원희룡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소상공인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중앙정부는 긴급피해지원에 나섰다"며 "280만명의 소상공인에게 최대 300만원까지, 80만 고용취약계층에게 100만원까지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주도의 소상공인과 여행·관광업도 유례없는 타격을 입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금이 단비라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기에는 턱도 없다. 이에 제주도는 정부의 3차 지원금 수혜자에게 50만원씩을 추가로 지원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지사는 해당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를 '저격'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이재명 지사처럼 전 도민에게 1/n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전 도민 대상 무차별 지급은 막대한 예산만 소요되고 정작 액수가 얼마 안 되어 정책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360억원 예산을 67만 제주도민에게 1/n로 나누면 약 5만3000원씩만 지급된다"며 "더구나 이 돈이 고통받는 소상공업소에 쓰일 것이라는 보장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재명 지사와 각을 세웠던 재정 당국을 옹호하기도 했다. 원희룡 지사는 "불난 집에 달려가 불을 꺼야지, 무차별적으로 멀쩡한 집까지 물을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앙정부도 같은 고민이었을 것"이라며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5조6000억원의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면 약 10만원꼴이다. 돈을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쓰면 피해 업종 자영업자들에게 최대 300만원씩 지원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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