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 바람에…마포, 빌라 신축 급증

입력 2021-01-19 17:09   수정 2021-01-27 18:46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최근 여덟 곳의 후보지를 선정하는 등 공공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설 전에 발표할 주택 공급 대책에도 공공재개발 활성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공공재개발 기대에 지난해부터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세대 연립 등 빌라를 짓는 ‘지분 쪼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포구 빌라 1년 새 85채 늘어
19일 한국경제신문이 마포구의 정보공개자료를 조사한 결과 구내 재개발 추진 지역 세 곳에서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은 신축 다세대는 85채로 집계됐다. 4~5층짜리 다세대 허가 한 건에 10가구가량 지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850가구가량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옛 염리4구역이 있는 염리동 488의 14 일대 건축허가가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새 아파트 규모 등 재개발 밑그림이 그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비 조합원만 벌써 340명가량 늘어났다. 인근 염리동 81(옛 염리5구역) 주변도 26건의 신축 허가가 이뤄졌다. 이 두 지역은 과거 아현뉴타운으로 묶여 재개발이 진행되다가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주민들이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면서 지난해 구역지정 사전타당성 검토 심의를 통과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이대역 사이의 노고산동 12의 204 일대는 25건의 건축허가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단독주택재건축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후 주민들이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개발행위 제한을 위한 주민공람이 진행 중이다. 개발행위허가 제한은 무분별하게 신축 주택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조치다. 통상 구역 지정 2~3년 전 이뤄져 재개발의 사전 절차로 여겨진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부터 구청에서 아예 건축허가를 받지 않았을 정도”라며 “2019년부터 야금야금 늘던 신축 빌라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용산구 성북구 등 재개발 기대가 있는 다른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노고산동 일대 지분 15㎡ 안팎 신축 투룸 빌라 가격은 지난해 초 4억원대에서 최근 5억5000만원 선까지 올랐다.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공공재개발 어려울 수도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를 짓는 건 재개발사업의 분양 대상자를 늘리는 대표적인 지분 쪼개기 수법이다. 빌라를 건축해 여러 가구로 쪼개 팔면 수익이 커진다. 2000년대 중후반 뉴타운사업이 한창일 때도 이 같은 수법이 만연했다. 그러나 조합원이 늘고 일반분양분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성은 하락한다. 재개발사업의 필수 요건인 노후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공공재개발이 10여 년 만에 다시 지분 쪼개기 증가를 불러왔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서울시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흥동 C공인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은 개발 이익을 환수하지만 나중 일이라 지금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며 “주변 신축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것도 재개발 투자에 나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될 경우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받아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옛 염리4·5구역과 노고산동 일대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 공공재개발 대상 구역으로 선정되면 지분 쪼개기 금지일인 권리산정일이 앞당겨져서다. 일반 재개발구역의 권리산정일은 구역 지정이 이뤄질 때 고시되지만 해제 및 신규 구역이 공공재개발을 추진할 땐 사업 공모일인 지난해 9월 12일로 소급된다. 이때 이후 신축된 빌라를 매수한 이들은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하게 된다는 의미다. 대량 청산으로 인한 갈등을 막으려면 공공재개발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는 “지분 쪼개기가 많은 일부 구역은 일반분양이 거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사업성이 떨어지면 피해는 지분 소유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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