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ETF는 대부분 자산운용사들에 ‘계륵’과 같은 상품이었다. 시장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지만 시장을 선점한 일부 운용사를 제외하면 ETF 사업을 확장할수록 오히려 적자 규모가 불어났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이색적인 결정을 내렸다. 수익성 우려가 큰 ETF의 운용보수를 더 끌어내린 것이다. 작년 11월 KB자산운용은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KBSTAR미국나스닥100ETF’의 총보수를 0.07%로 책정했다. 이는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전 세계 14개의 ETF 가운데 가장 낮은 보수다. 자산규모 기준 세계 최대 나스닥100 ETF인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총보수 0.2%)의 3분의 1 수준이다.
당장의 수익률보다 투자자 접근성을 늘리는 전략은 유효했다. 상장 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 KBSTAR미국나스닥100 ETF의 순자산총액은 452억원. 이 상품보다 2년 앞서 출시된 ‘KODEX 미국나스닥100 선물(H)의 순자산규모(325억원)를 앞질렀다. KB자산운용 ETF&AI사업부 관계자는 “ETF는 결국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총보수를 줄여서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은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 측은 올해도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ETF 상품을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로 내놓을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은 ETF 산업 내 화두인 AI 활용에서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2016년 딥러닝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인 KB앤더슨을 개발했다. KB앤더슨은 세계 주요 자산군을 시장 상황 및 자산배분 전략에 따라 실시간으로 배분해주는 알고리즘이다.
KB자산운용은 ETF 및 펀드 사업에도 KB앤더슨을 투입했다. KB자산운용이 지난해 출시한 KB앤더슨을 활용해 ETF에 투자하는 펀드인 ‘KB 올에셋AI솔루션 펀드’가 그 결과물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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