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칼날을 은행권에 정조준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가 은행의 예대금리차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데 이어 19일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와 이자 감면 등의 조치를 언급하면서다. 업계는 정부·여당이 ‘이익공유제 자발적 참여’를 주장해온 것과 달리 여당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이 금융권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금융권 압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4대 은행 핵심 관계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열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하소연이 있다”며 예대금리차 축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맡은 홍정민 의원은 은행권의 신용등급 평가 기준 완화를 압박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같은달 정책조정회의에서 “코로나라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매출 감소라면 금융권에서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예외적인 경우로 감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내리지 말라는 얘기다.
업계는 이 같은 여당의 발언이 감독당국의 구두지시 또는 압박 등을 통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현 정부 들어 각종 정책에 ‘주인 없는 은행’을 강제 동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실을 금융권이 떠안으라는 주문이 대표적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정부의 동원령에 공개적으로 반발할 수도 없고, 배임 문제도 있어 따를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따른 이자 제한 조치가 실행되더라도 은행의 부실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미 은행들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이차보전대출(정부가 이자 일부를 지원하는 저금리 대출)을 활발히 펴고 있고, 기존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유예 등의 코로나19 구제 조치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해 9월 연장한 원리금 상환유예조치를 오는 3월 한 차례 더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들은 금융감독당국에 “이자유예만이라도 멈추는 등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자를 내기 힘든 한계기업의 대출이 일시에 부실화하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의장도 “기존 은행권과 금융위원회 등이 논의했던 이자상환유예 조치를 연장하고 이익공유 취지에 맞게 범위를 확대하는 등 지원하고 보완하는 내용의 법을 준비하고 있다”며 “은행권에 수익을 강제로 토하라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으로 이자상환유예 범위를 확대하는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달 은행의 대출 금리 인하 및 이자 상환 유예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포함한 ‘불평등 완화 패키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관련 법안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현/김대훈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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