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촘촘하게 자리 잡은 편의점 점포들이 지역사회에서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새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편의점 세븐일레븐 매장에는 한 외국인 여성이 영하 14.3도의 강추위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뛰어들어왔다. 한 남성이 이 여성을 뒤따라 들어왔고 상황을 이상하게 여긴 편의점 점주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뒤따라온 남성에게 강간 미수 혐의를 적용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세븐일레븐 본사 측은 점주가 범죄 위기의 여성을 구한 것으로 평가하고 감사장과 격려금을 전달했다.
같은 달 8일에는 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 소재의 한 CU 점포가 영하 18도의 한파에서 내복 차림으로 밖을 배회하던 다섯 살짜리 아이를 보호한 사례도 있었다. 점포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직원은 강추위에 떨던 아이가 점포로 들어오자 아이를 계산대 안 난로 옆으로 데려가 몸을 녹이도록 했다.
편의점 직원은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를 찾고 있던 부모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편의점을 방문해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조사 결과 이 아이는 부모가 주차 때문에 집을 잠깐 비운 사이 잠에서 깨 밖으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날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CU 매장에는 한 시민이 내복 차림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던 세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점포로 들어왔다. 시민과 아이는 CU 점포에서 몸을 녹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만났다. 이 아이는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잠시 나왔다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몰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편의점 점포가 지역사회를 위한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는 데 대해 전문가는 촘촘한 점포망과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는 특징 덕이라고 평가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본능적으로 밝은 불빛을 향해 가게 돼있다"며 "편의점에 있는 한두 명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발걸음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편의점 계산대 밑에는 버튼이 설치돼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경찰로 곧바로 신고가 접수된다"며 "이 같은 네트워크를 필요하다면 지방자치단체와도 연계해 안전망을 확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편의점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사업체이기 때문에 편의점에 너무 많은 기능이나 무리한 행동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편의점이 있으면 공공기관 차원에서 표창장을 준다든지,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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