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속 면역억제 기능이 있는 균주를 선별해 투여하면 아토피·접촉성 피부염 염증인자가 줄어든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프리바이오틱스 등 미생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권호근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와 임신혁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이뮤노바이옴 연구팀은 마우스 동물 모델을 활용한 연구를 통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알레르기·임상면역학 저널, IF 10.228)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서 장 유래 면역세포를 분리해 다양한 장내 미생물을 배양한 뒤 면역학적 특성에 따라 분류했다. 이렇게 분류한 장내 미생물 중 면역억제 기능이 있는 균주를 선별해 항염증 기능을 가진 장내 미생물 조합 다섯 종류(IRT5)를 찾았다.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락토바실러스 아시도필루스,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비피도박테리움 비피덤, 스트렙토코커스 써모필러스 등이다.
연구팀은 IRT5의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집 진드기를 이용해 아토피 피부염과 접촉성 피부염 동물모델을 만든 뒤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IRT5 투여군은 염증세포 조직 내 침투, 병리학적 면역 인자 등 모든 염증 인자 측정치가 대조군보다 50% 이상 개선됐다. 염증 억제 면역세포인 면역조절 T세포는 IRT5 투여군에서 7.5%로, 대조군 1.8%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무균 마우스를 이용해 IRT5 특이적 면역조절 기전을 규명했더니 IRT5는 장내 특이적 이차 대사물질인 프로피온산이 증가하는 데 영향을 줬다. 프로피온산이 증가하면서 면역조절 T세포 분화와 증식이 이뤄졌다.
최근 장내 미생물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질환 간 연관성이 밝혀지고 있다. 소화기 질환 뿐 아니라 호흡기 질환, 감염 질환, 암은 물론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 심장질환, 우울증, 치매 등 정신과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토피나 접촉성 피부염 환자의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염증 반응을 유도해 염증성 피부 알레르기 질환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한 염증성 피부질환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염증성 알레르기 질환을 제어할 수 있는 미생물 신약 개발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권호근 교수는 "장내 미생물의 면역 조절성 평가부터 면역조절 물질 발굴, 기전 규명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확인했기 때문에 다양한 장내 미생물의 면역조절 기전연구에 관한 기준점을 제시한 연구"라며 "다양한 면역질환에서 장내 미생물 면역조절 능력에 기반을 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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