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中 수요…반도체株 다시 뜬다

입력 2021-01-20 17:13   수정 2021-01-28 18:33

D램 현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D램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정보기술(IT) 업황이 살아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 대만 마이크론 정전 사고 등으로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고객사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 연말 시장을 주도했던 테마가 비메모리 반도체였다면,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D램 현물 가격 급등

20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중국 내 PC용 D램 가격은 작년 말부터 급등하고 있다. DDR4 8GB PC용 D램 모듈의 중국 채널 판매 현물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30.5달러였다. 해당 제품의 지난해 4분기 고정거래가격은 24.8달러였다. 지난해 4분기 고정거래가격 대비 현재 현물가격이 23%가량 높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를 대규모로 구입하는 전자업체들이 반도체 제조업체와 계약하는 가격을 말한다. 현물가격은 소비자가 시장에서 반도체를 직접 구입할 때 내는 값이다. 현물가격은 변동폭이 크지만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추후 고정거래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특히 중국 시장의 D램 현물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자동차용 전자장비,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암호화폐 채굴 수요도 늘었다. 2018년 반도체 슈퍼호황 당시에도 서버 업체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의 기여가 컸다.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주문형반도체(ASIC)를 활용해 가상화폐를 채굴할 때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 부족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 연말 대만 마이크론 공장 정전 사고가 시작이었다. 글로벌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전략이 아닌 수익성 확보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도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투자 차질을 우려한 고객사들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사이클 앞당겨지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채널 가격 급등이 중국 시장만의 변화가 아니라고 본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구조적 상승 동력을 확보했다”며 “1월 말 D램익스체인지 고정거래가격 발표 때 큰 폭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연말 주가 상승 테마가 비메모리 반도체였다면, 이제는 메모리 반도체가 주도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민감주이기도 하다.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19일(현지시간) 5.92% 오른 85.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CNBC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내정자가 ‘더 적극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경기 흐름에 민감한 반도체 섹터가 크게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연초 삼성전자 등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여전히 비메모리 업체에 비해 메모리 업체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낮은 편”이라며 “올해 실적 개선 폭은 메모리 업체들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메모리 섹터 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TSMC 등 비메모리 업체의 주가는 지난해 연초 대비 117%, 118% 오른 반면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주가는 54%, 38% 오르는 데 그쳤다. 비메모리와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58% 상승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0.23% 오른 8만7200원, SK하이닉스는 전날과 같은 1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모리반도체 밸류체인도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용 특수 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는 이날 8.5% 오른 35만6200원을 기록했다.

고재연/전범진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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