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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이 던진 메시지는 ‘앞당겨진 미래’다. 혁신상 2관왕에 오른 한국 스타트업 브이터치의 가상 패널은 위기의 시대와 기술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함축한다. 1.2m 거리에서 3차원(3D) 카메라로 사용자의 눈과 손을 인식해 접촉하지 않고도 작동된다. 카를로타 페레스가 설파한 ‘파괴를 넘어선 창조적 건설’의 힘이다.
명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간의 뉴런 연결이 10의 14제곱 정도인데, GPT-3는 이미 10의 11제곱까지 쫓아왔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 상당수가 ‘스마트 이노베이션’으로 압축되는 대전환에 합류했다는 건 다행이다. 올해 CES가 시상한 386개 혁신상 중 국산 기술 100여 개가 수상 목록에 올랐다. 혁신상의 30%가량을 휩쓴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성과가 산업 전반의 현실을 대변해주진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AI에 대한 기업체 인식·실태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조사 대상 1000개사 중 AI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은 3.6%에 그쳤다.
진화가 더 더딘 쪽은 정부다. ‘이루다’가 시끄러워지자 규제부터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한 AI 전문가는 “빅데이터조차 맘대로 쓰지 못하도록 막는 게 한국의 연구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AI는 ‘인간처럼’ 진화할 뿐이다. 베토벤 미완성 교향곡 10번을 완성해내며, 요절한 가수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그러나 베토벤의 체온으로, 가수의 눈물로 예술을 그리기엔 갈 길이 멀다. 과장된 기대와 두려움 모두 거둬야 하는 이유다. 로봇의 선구자로 꼽히는 로드니 브룩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이렇게 일갈한다.
“산 위의 보름달을 보고 달이 산 위로 다가왔다고 말하는 게 요즘 AI를 보는 세태다. 달이 진짜 거기에 있는가.”
달은 38만㎞ 먼 우주에 있다. 포용과 기다림이 먼저다.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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