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반도체업계와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세미어큐레이트(SemiAccurate)에 따르면 인텔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 사우스브리지 생산을 맡겼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웨이퍼 반입량 기준 월 1만5000장을 14㎚(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사우스브리지는 PC 메인보드에서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셋이다. 입출력장치를 제어하고 전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마우스나 키보드로 정보를 입력하면 사우스브리지는 메모리반도체로 정보를 보낸다. 최종적으로 연산해 결과를 내는 것은 중앙처리장치(CPU)가 담당한다.
인텔이 사우스브리지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긴 것은 주력제품인 CPU 연구개발(R&D) 및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인텔은 최신 CPU를 선폭(전자가 흐르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의 폭) 10㎚ 공정에서 양산 중이다. 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 중인 AMD는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의 7㎚ 공정에 생산을 위탁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초부터는 “7㎚ 공정에서 나오는 AMD CPU가 인텔의 10㎚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TSMC가 삼성을 제치고 인텔 GPU 외주 물량을 따낸 것은 ‘순수 파운드리업체’라는 이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D램, 낸드플래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자사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동시에 파운드리사업도 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35년간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팠다. 삼성전자와 협업 관계를 이어오면서도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는 인텔 입장에선 삼성전자에 GPU 설계가 노출되는 것을 꺼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텔이 사우스브리지는 삼성전자, GPU는 TSMC에 맡겼지만 CPU 외주 생산은 ‘복수 밴더’ 전략을 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텔은 2023년부터는 CPU 일부 물량을 파운드리업체에 맡길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을 증설하고 5㎚ 이하 초미세공정을 가동하면 인텔의 일부 CPU 위탁생산 계약을 따낼 수도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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