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국민의힘 경선이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 막이 올랐다. 당내 '양강'으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신경전이 과열되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작은 오세훈…나경원 향해 '인턴 시장'
포문은 오세훈 전 시장이 열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인턴 시장' '초보 시장'이라고 비유했다. 서울시장 재선을 했던 만큼 경험이 있는 자신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오세훈 전 시장은 지난 18일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비교할 때 자신의 강점을 '경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이기에 인수위도 없이 당선된 바로 다음 날부터 일에 착수하는 데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날(지난 17일) 출마 선언에서 '인턴시장, 초보시장'이라는 조금 자극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당선되면 '인턴'처럼 일을 익히다가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반격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선 의원, 야당 원내대표, 당이 어려울 때 시장 후보로 나섰던 제가 10년을 쉬신 분보다 그 역할을 잘할 자신은 있다"며 "서울시장은 혼자 일하는 자리가 아니다. 서울시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고 꼬집었다.
박원순 시정 비판 행사서 조우…이번엔 나경원의 반격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를 열었다.이 자리에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을 비롯해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꼭 이기고 내년 대선까지 승리하는 길만이 상식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년 전 자신이 오세훈 전 시장이 물러나면서 당의 요구로 출마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사실상 오세훈 전 시장을 '저격'한 셈.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10년 전 오세훈 전 시장이 그만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후보)가 그만두면서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손을 들어줬을 때 우리당 누가 나와도 힘든 선거였다. 그때 홍준표 대표가 간곡히 부탁하면서 당을 위해 희생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시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제 후임 시장이 잘못된 길을 걸을 때마다 따가운 시선이 저에게 와서 마음의 부담이나 자책감이 컸다"면서도 "벌은 달게 받겠다. 그러나 책임도 지겠다"고 했다. 그는 또 "더 큰 책임으로 서울시민께 보답하겠다. 맨 앞의 최전선에서 서울을 다시 뛰는 서울로 만들겠다"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경선'을 통한 감동보다 '이전투구'로 인한 피로감을 줄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히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당 후보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그리고 나아가 여당 후보를 꺾는 것이 중요한다"고 강조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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