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주식수 왜이래?"…공모주 균등배분 대혼란

입력 2021-01-22 17:16   수정 2021-01-29 18:39

정부가 올해 도입한 공모주 균등배분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증권사 창구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주식배정 방식이 복잡해진 탓에 기업공개(IPO) 업무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이 배정주식수를 조기에 확정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청약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도 자신이 받을 주식수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차명계좌를 동원하는 등 빈틈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첫 시행에 증권사 창구 ‘우왕좌왕’

오는 28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할 예정인 마스크 제조업체 씨앤투스성진은 지난 20일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일반청약을 마감했다. 올 들어 공모주 균등배분제를 처음 적용한 사례다.

균등배분제는 개인에게 배정된 물량의 50% 이내에서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가 똑같은 수의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은 청약 증거금에 따라 공모주를 나눠주는 비례배정 방식으로, 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다. 균등배분제로 바뀌면 적은 돈으로도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공모주 열풍 속에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만 주식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이 보완책으로 내놓은 방식이다.

씨앤투스성진의 경우 개인에게 배정된 32만 주의 50%인 16만 주가 균등배분 대상이었다. 최소 청약 주식수는 10주로, 증거금 16만원만 내면 무조건 1주 이상의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이 부각돼 청약에 4만7077명이 몰렸다.

주관사는 16만 주를 전체 청약자 수인 4만여 명으로 나눈 4주씩을 똑같이 배분했다. 문제는 주식수가 소수점 단위일 경우 증권사에 따라 배정 방법이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소수점을 반올림하거나 버린 후 무작위 배정하는 방법 등을 임의대로 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청약자들은 몇 주를 배정받을지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

실제 미래에셋대우는 마감 다음날 청약자들에게 배정 주식수를 통보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다시 산정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청약자의 문의 전화가 폭주하면서 일부 영업점은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차명 동원한 ‘체리피커’ 양산할 수도
상당수 증권사는 공모 과정에서 총 청약 계좌수와 균등배분 물량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KB증권은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표시하도록 시스템을 바꿨지만 아직 업계 전반에 확산되진 않았다. 이 때문에 ‘깜깜이 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제도 정착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증권사마다 통일된 지침을 세우고 투자자에게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균등배분제 도입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큰손 투자자는 빠져나가고 최소 청약 증거금으로 공모주를 받으려는 신규 투자자가 대거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씨앤투스성진의 경우 최대 청약 수량인 3만2000주(증거금 5억1200만원)를 청약한 사람은 기존 방식대로는 47주를 받지만 균등배정제로 바뀌면서 절반인 24주만 받게 됐다. 하지만 가족 명의 계좌 5개로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증거금 16만원)씩 총 50주를 청약하면 80만원으로 20주를 받을 수 있다. 공모주 투자자들이 지난해부터 미성년 자녀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해 청약에 나서는 이유다.

균등배분제가 차명계좌를 양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액 투자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는 좋지만 결과적으로 ‘전 국민 공모주 열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공모 기업으로서도 소액 주주가 많아지는 것이 주가의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고심하고 있다. 상장 당일 수만 명에 달하는 소액 주주들의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질 경우 주가 흐름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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