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내린 ‘배당 자제령’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배당이란 기업이 올린 이익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추세였다. 2019년에는 전체 순이익의 25~27%를 주주에게 돌려줬다. 경영실적이 좋았던 데다 많은 배당을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구도 들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규모를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근거는 자체 시행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결과였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일정 기간 이후 반등하는 ‘U자형’과 반등하지 못하는 ‘L자형’으로 나눠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예측해봤더니, L자형 상황에서 일부 대형 금융지주마저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금융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펑펑 배당할 게 아니라 돈을 쌓아두고 위기에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가상의 위기상황을 설정하고 시험 대상이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원래는 의학 분야의 심장기능 검사나 정보기술(IT) 분야의 전산망 검증 등에 활용되던 개념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경제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됐다.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잠재적 취약점을 평가하는 분석기법이다.
13년 전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서 시작한 ‘부실 폭탄’이 금융권 전체로 퍼져나가자 주요 은행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했다. 부실한 은행과 건전한 은행을 가려내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2009년 5월 발표된 결과를 보면 19개 대형 은행 중 10개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결과물 자체만 보면 충격적이지만, 시장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제주체들이 갖고 있던 막연한 불신을 걷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에서는 ‘불황’보다 ‘불확실성’이 더 무서운 법이다.
이 분석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허술하면 별 도움이 안 되기도 한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 유럽연합(EU) 91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7개 은행이 통과하지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숫자가 부실은행으로 분류된 것이다. 너무 안이한 기준을 적용해 은행들의 진짜 위기대응 능력을 측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혹평만 받았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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