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민들이 가장 분노하고 좌절하는 대목은 정상적인 저축이나 직장생활로는 내집 마련이 불가능할 만큼 집값이 폭등했다는 점이다.문재인 정부 출범후 약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5억3000만 원 올랐다. 1년에 1억도 더 오른 아파트 값을 서민들이 따라갈 재주가 있을 리 없다. 2030세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 '묻지마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예·적금 깨고 대출까지 받아 '빚투' 주식 매수에 달려드는 이유다.
서민 평형이라는 25평형 가격은 서울 강남에선 19억1000만원(작년말 기준)으로 20억원에 육박한다니, 보고도 믿기 힘든 현실이다. 문 정부 출범 당시 11억 원에서 거의 2배로 폭등한 것이다. 비(非)강남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문 정부 초기 5억3000만원이던 서울 비강남권 아파트는 지금 9억8000만원으로 10억원 돌파가 목전이다.
정권별로 봐도 문 정부의 상승률이 압도적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인 2003년1월부터 작년 말까지 18년 동안 서울 25평 아파트는 8억8000만원 올랐는데, 이중 60%(5억3000만원)가 문 정부 4년 간의 상승분이다.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상승분은 각각 2억6000만원과 1억3000만원이고,이명박 정부 때는 오히려 4000만원 떨어졌다. 자연히 2003년 1월 1249만원이던 3.3㎡(1평)당 가격도 지금은 4525만원으로 폭등했다. 직전 박근혜 정부때만 해도 서울 강남에서도 요지 아파트의 '평당 3000만원 돌파'가 화제가 되곤 했는데 이제 20평대 서민 아파트 평균 가격이 평당 5000만원이다. 너무 현기증 나는 현실이어서 적응조차 쉽지 않다.
이 정부가 걸핏하면 들이대는 선진모범국 G7과의 비교를 보면 더 참담해진다. G7중 연수입 대비 집값이 높은 프랑스(13.7배)와 일본(13.0배)도 한국의 절반수준이다. 영국 (9.6배) 이탈리아(9.5배) 독일(9.1배) 캐나다(7.3배) 미국(4.0배) 등과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대도시 집 값을 따로 떼어내 비교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은 28.5배로 OECD 국가의 모든 도시를 압도한다. G7국가의 도시중 가장 높다는 파리(21.0배)보다 7~8배 높은 수준이다. 도심 집값이 높기로 유명한 런던과 도쿄도 나란히 15.4배로 서울의 절반 수준이고, 세계의 중심 뉴욕은 10.0배로 3분의 1 수준이다. '내 집 한칸' 마련이라는 서민 꿈을 이리 짓밟아 놓고 누가 포용과 복지를 운운하나.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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