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자들이 후보 경선전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데 이어 박 장관은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야권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간철수’ ‘차도녀(차가운 도시의 여자)’ ‘반(反)복지’란 각자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민심 행보를 이어갔다.
박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하기 전에는 “오늘 문재인 대통령님 생신인데 많이 많이 축하드린다”며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벌써 대통령님과 국무회의에서 정책을 논하던 그 시간이 그립다”고도 했다.
박 전 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민주당 ‘비주류’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친문(친문재인) 표심에 호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전 장관은 민주당 586세대와 운동권 세력의 지지를 받는 우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중기부 장관을 지내면서 ‘문재인 정부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만큼 본격적인 경선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파’ 표심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우 의원은 남대문시장 방문 직후 “출마선언 후 42일째 이제 드디어 혼자가 아니게 됐다”며 “장관직 수행에 고생 많으셨을 박영선 누님, 민주당의 승리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 뜁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더 굳어진다”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 역시 “남대문시장이 전통과 디지털이 만나는 새로운 21세기 글로벌 서울을 대표할 세계적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이낙연 대표, 우상호 의원과 제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우 의원을 향해서는 “그동안 맘고생 많이 한 (우 의원을) 재회해 너무 반갑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일화를 놓고 씨름 중인 야권 주자들과는 달리 민주당은 집권 여당다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호소할 것”이라며 “정책으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이미 선거 레이스 중인 안 대표, 나 전 의원, 오 전 시장 등 야권 주요 후보들은 과거 이미지 탈피에 주력하고 있다. 안 대표는 과거 두 번의 대선 도전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던 ‘간철수’ 이미지 벗기에 나섰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직후에는 공개적으로 “야권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실상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강조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을 향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플랫폼 경선을 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24일 서울 구로구 동부그린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 등과 만나 “과도한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 전 의원 역시 “다소 차갑고 서민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쇄신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출마 선언 전 가족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게 대표적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청년 자영업자 점포를 방문하고 행인들을 상대로 공연하는 버스킹 팀을 만났다.
과거 원내대표 시절 카리스마가 부족했다는 일부 비판과 관련해서는 “독한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출마 선언식에서도 “독하게 섬세하게, 서울시장 직무를 해내겠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사태로 인해 덧씌워진 ‘반복지·무책임’ 프레임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서울노인회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발굴 방안과 1인 가구 노인을 위한 주거 대책 등을 소개했다. ‘서울시장 자리를 박원순 전 시장에게 넘겨줬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벌은 달게 받겠지만 더 큰 책임으로 서울시민과 국민께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성상훈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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