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도 유통 플랫폼으로…이마트 '올라인 전략' 속도

입력 2021-01-25 23:30   수정 2021-02-02 18:15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은 수년 전부터 “유통의 영역을 확장하라”고 강조하곤 했다. 2015년엔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틀을 깨는 변신’을 주문하며 “식품, 의류, 가전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주말에 우리의 잠재적 고객을 흡인하는 야구장과 놀이공원도 신세계그룹의 경쟁자”라고 말했다. 올 신년사에선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광적으로 집착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위기 의식을 불어넣기도 했다. 이마트의 SK 와이번스 인수는 업종 간 경계를 넘어 전방위로 전개되는 커머스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케팅 확대하는 이마트
재계에선 이마트의 이번 인수에 대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결합한 ‘올라인(all-line)’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SSG닷컴이란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기 위해 야구단 인수를 전격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젊은 야구팬들은 대체로 SNS에서도 활발히 활동한다”며 “야구장에서 이마트가 지닌 다양한 체험적 요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가 야구단 인수의 적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화될 경우 야구장으로 수백만 명의 관객이 돌아올 것이란 예상에서다. 2017년 연간 프로야구 관중 수는 840만 명에 달했다. 2019년에도 729만 명이었다. 작년엔 무관중 경기로 인해 33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기업 스포츠단 관계자는 “이마트는 물론이고 정용진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프로야구 인기라는 측면에서도 관중 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택진이 형’에 이어 ‘용진이 형’까지 가세하면 국내 프로야구 발전에도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들어 ‘디지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자신의 계정을 직접 운영하며 대중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재계 인사로 유명하다.
유통은 플랫폼 전쟁 중
유통업계에선 이번 이마트의 결정이 유통업이 플랫폼 전쟁으로 진화 중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기존 유통의 한계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지 않고선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쿠팡만 해도 빠른 배송을 무기로 지난해 거래액이 22조원을 넘어섰다. 이마트의 지난해 총매출(별도 기준) 15조원을 훌쩍 넘어선 규모다. 네이버 쇼핑과 카카오커머스는 각각 검색과 채팅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무기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팬 플랫폼’의 등장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15일 엔씨소프트는 K팝 콘텐츠를 유통하는 앱인 ‘유니버스’를 내년 초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콘텐츠 유통에 ‘커머스’ 기능을 붙이면 팬 플랫폼이 기존 유통업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쇼핑 진출에 이어 SM엔터테인먼트와 연합해 한류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동휘/강경민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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