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금리가 양극화되고 있다. 금리가 연 11% 이상이었던 1~2등급 고신용자는 최근 6개월만에 금리가 최대 반토막난 반면 7~8등급 저신용자는 연 20% 안팎을 유지하면서다. 카드론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9~10등급 저신용자는 카드론이 아예 끊어지고 있다. 오는 8월 시행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0%→연 20.0%) 영향으로 저신용자 카드론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신용자들이 대출 규제 때문에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가운데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카드사들의 경쟁이 전반적인 카드 금리 인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카드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운영금리는 차주가 실제 부담하는 금리다. 카드론 기준금리에 우대금리를 빼서 계산한다. 표준등급은 지난해 7월 여신금융협회가 처음 공시한 등급 기준이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으로는 실제 적용하는 금리를 비교하기 어려워 여신금융협회가 카드사들과 함께 개발한 지표다. 카드론이 나간 날로부터 1년 이내에 90일 이상 연체할 확률(부도율)을 기준으로 매긴다.
카드 발급의 '마지노선'인 7~8등급은 하나카드 금리가 연 16.2%로 가장 낮았다. 우리카드(18.62%) 삼성카드(19.21%) 신한카드(19.48%) 현대카드(20.29%) 롯데카드(20.45%) 국민카드(20.55%) 순으로 금리가 낮았다. 가장 신용이 낮은 등급인 9~10등급 저신용자에게 카드론을 내주는 금융사는 현대카드(21.84%)와 삼성카드(22.54%) 뿐이다.
반면 대부분의 카드사는 7~8등급 금리 인하폭을 0%대로 유지했다. 금리가 가장 낮은 하나카드는 연 17.54%에서 연 16.92%로 내렸다. 금리가 가장 높은 국민카드도 연 20.63%에서 연 20.55%로 내리는 데 그쳤다. 현대카드는 17.25%에서 20.29%로 무려 3.04%포인트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카드사들은 등급이 가장 낮은 9~10등급 차주에게 나오는 카드론은 아예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롯데카드(연 20.85%)와 현대카드(연 21.04%), 삼성카드(연 23.65%)가 9~10등급에게 카드론을 내줬다. 롯데카드는 지난해말 9~10등급 회원에 대한 카드론을 중단했다.
카드사들이 1~2등급 고신용자 대출금리를 연달아 내리는 것은 연 10% 이하 중금리 대출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금융권 시중은행이 신용대출을 조이면서 고신용자들이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2금융권인 카드사에 손을 벌리고 있어서다.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카드사와 빅테크의 본격적인 경쟁도 예상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바탕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까지 본격적으로 중금리 대출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면서다. 토스뱅크도 본격 출범하는 7월께 중금리대출에 나설 전망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카드 회원 전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진 측면도 있다"며 "금융사간의 경계가 흐려진 가운데 각자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을 바탕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의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