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당국이 이란 유조선을 자국 해역에서 원유를 불법으로 반출하고 해양을 오염시킨 혐의 등으로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해양 오염을 이유로 한국 선박을 나포한 지 약 20일만에 일어난 일이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위즈누 프라만디타 인도네시아 해상보안청 대변인은 이날 이란 국적 MT호스호와 파나마 국적 MT프레아호를 인도네시아 서부 칼리만탄 주 앞바다에서 나포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두 선박은 불법 정박, 선박 간 연료 불법 이송, 해상 오염 등 각종 혐의를 받고 있다. 선박 식별을 의도적으로 막은 혐의도 적용했다.
인도네시아 해상보안청은 "각 유조선을 오전 5시30분께 처음 발견했는데, 둘다 처음엔 국기를 숨기고 자동식별시스템을 끈 뒤 무선교신에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MT프레아호는 해상에 기름도 유출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해상보안청은 추가 조사를 위해 두 유조선을 바탐섬으로 호송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란 국영 TV는 인도네시아 당국을 인용해 자국 국적 유조선이 압류됐다고 간단히 보도했다.
주요 외신들은 두 유조선이 해상에서 몰래 기름을 옮겨싣는 식으로 원유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2019년 이란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대(對)이란 제재를 발표하자 주로 제3자 재판매 등 정식 경로를 우회하는 회색시장에서 석유를 내다팔고 있다.
통상 이란 원유는 중국 등이 해상 환적 방식으로 사간다. 유조선끼리 자동식별시스템 추적센서를 끈 채 해상에서 만나 원유를 옮기는 식이다. 자동식별시스템 센서는 선박간 충돌방지, 조난 등 위급상황 대비 등을 위해 켜놔야 하는게 원칙이다. 선박 추적 시스템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이번에 나포된 이란 유조선은 지난 12일 인도·싱가포르 일대에서 식별장치 신호가 잡혔고 이후 기록은 없다.
한편 이란이 해양오염을 근거로 들어 나포한 한국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는 여전히 이란 남부 해상에 억류된 상태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4일 석유화학물질 7200t을 운반하던 한국케미호를 호르무즈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자국 영해로 이동시켜 억류했다. 이란은 한국케미호가 해상을 오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케미호 선사는 환경법에 위반된 사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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