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가 올해 2월까지 직원 임금을 50% 유예하기로 했다. 공장 가동을 지속해 인력 구조조정 없는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1월과 2월 급여를 부분적으로 지급할 수 밖에 없다"며 "최악의 상황까지 도래하게 돼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며 직원 월급도 주기 어려워진 것이다.
쌍용차의 유동성은 점점 마르고 있다. 외국계 부품사인 보그워너오창(T/C 어셈블리),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콤비 미터) 등은 쌍용차와 부품 공급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결국 쌍용차는 고육지책으로 매일 현금을 주고 부품을 사오고 있다. 오는 29일에도 2000억원에 달하는 어음의 만기가 도래한다. 350여개 쌍용차 협력사들도 지난해 10월부터 5000억원 넘는 대금 결제를 미뤄준 상황이다.
예 사장은 "영세 협력업체에 부품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어음 미결제분과 1~2월 만기 어음 일부 등 자재 대금도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금 미지급으로 이들 업체가 부도로 이어지면 도미노식 부품 기반 붕괴는 물론, 우리도 생산 자체에 파행을 겪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쌍용차는 유동성 개선을 위해 최근 중국법인 '쌍용기차유한공사'을 매각하고 관련 서류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중국 진출을 위해 2004년 쌍용기차유한공사를 세운 뒤 현지 생산기지 설립을 추진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문제와 맞물린 중국 정부의 몽니에 결국 생산기지는 세우지 못했다.
중국 법인은 현지 총판 역할을 해왔지만, 순손실이 지속돼 자산총액이 지난해 9월 6억원대까지 줄었다. 쌍용차는 해외법인 외에도 지난해 부산물류센터와 서울서비스센터 등을 매각했다. 현금 마련을 위해 인재개발원, 천안·영동물류센터 등도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쌍용차의 비 핵심자산 매각을 인력 구조조정 억제 조치로 보고 있다. 2646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힌 2009년과 같은 사태를 막고자 자산을 최대한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쌍용차 자금지원 조건으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흑자 전 쟁의행위 일체 금지' 각서를 요구한 것도 이와 같은 논조로 풀이된다.
한편, 쌍용차는 새 주인 찾기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과 잠재적 투자자인 미국기업 HAAH오토모티브, 주채권은행 산업은행과 4자협의체를 구성해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이다. 이달 내로 협상을 끝내야 내달까지 매각 절차와 자금 투입 등을 마치고 정상화가 가능하다. 4자협의체는 지난 22일까지 텀시트(주요조건 합의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75%) 전체 매각을 주장하고 HAAH와 산은이 이에 반대하며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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