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현상에 車 생산도 막은…車반도체가 뭐길래?

입력 2021-01-26 09:32   수정 2021-01-26 09:38


 -차량용 반도체, 레벨3 자율주행차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필요
 -반도체 가격 10% 인상 시 영업이익 1% 감소 영향

 국내외 완성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시달리면서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 자동차에 약 200~300개 장착되지만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차량에 주로 탑재되는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정보 저장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연산, 추론 등의 목적으로 제작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인포테인먼트, 텔레메틱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기파워트레인 등에 사용된다. 최근 차량이 고도화되고 자율주행화되면서 필요성은 급증했다. 자율주행 레벨3 차량의 경우는 기존보다 10배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산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후순위로 미뤘다. 실제 지난해 PC,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기술(IT) 제품과 TV 등 가전제품 등의 판매가 늘고 반대로 완성차 수요가 감소했다. 그런데 최근 갑작스레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요 불일치가 일어난 셈이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마진이 적다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줄면서 자동차 생산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다임러와 폭스바겐, 토요타, 닛산, 혼다, 포드, FCA, 클라이슬러 등이 반도체 부족 영향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과 북미, 유럽의 생산을 줄일 예정이고 독일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골프' 생산을 중단했다. 토요타는 미국 텍사스주 공장에서 툰드라 픽업 생산을 줄이기로 했고, 닛산은 이달 주력 차종인 노트 생산량을 5,000대 줄였다. 아우디는 직원 1만명을 단기 휴직조치했다.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 자동차 제조사 이익이 상당부분 줄고 소비자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르네사스나 도시바 외에도 NXP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세계 상위권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가격 인상폭은 10~20%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가격이 10% 상승하면 생산원가는 약 0.18% 상승하고, 완성차·부품업체들 모두 영업이익이 1%대 감소하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증설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의 시일이 소요된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주문 제작에 가까운 형식으로 이뤄지며, 검증과 안정성 테스트 기간도 훨씬 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올 1분기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산 하락이 점쳐진다"며 "앞으로 개발된 자율주행차는 반도체 비중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반도체 확보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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