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에 대한 목소리가 확대되는 데 대해 "문제제기 하는 부분을 막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26일 손병두 이사장은 2021년 신년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공매도 등 자본시장 정책은 시장 참여자 모두의 관심사인 만큼, 정치권은 그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는 3월 재개 예정인 공매도의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시적 금지안'이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설 연휴 전 당정 협의를 거쳐 공매도 관련 기본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 재개 여부와 관련해선 금융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를 위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도, 정보력 및 위험감수능력 등이 낮은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 기회를 무분별하게 확대 제공할 경우엔 오히려 손실 발생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공매도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관리를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한 적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시장조성자 공매도에 대해 업틱룰 적용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시장조성자의 주식시장 내 공매도 전면 금지 △유동성 확보 종목은 시장조성대상에서 제외 △시장조성계약 현황, 시장조성거래 내역의 주기적 공표 등 정보 공개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거래소는 오는 3월15일 공매도 금지 종료 전까지 시행될 수 있도록 세부방안을 조율 중이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한 데 대해선 수출 증가와 국내 기업의 실적개선 등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손 이사장은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역할이 중요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전세계적으로 주가 흐름이 양호한 가운데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아직 버블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부 충격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충분한 준비와 학습을 통해 투자해야 한다"며 "ESG, SRI 투자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시장 환경을 마련해 기관, 외국인 등 안정적 수요기반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도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
손 이사장은 "기존 ESG 평가점수에 국한된 지수개발이 아닌 다양한 평가방식과 평가기관을 활용한 ESG 지수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탄소효율의 단계를 넘어, 저탄소 감축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등 기후변화와 저탄소 시대에 부응하는 적극적인 ESG지수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가상자산 비트코인과 관련한 상품 개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가상자산이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생상품 기초자산으로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국내의 경우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제도화하지 않고 가상자산공개(ICO)도 금지원칙을 유지하는 등의 방침을 명확히 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한편 손 이사장은 임기 내 △한국판 뉴딜, 4차 산업 혁명 등 미래성장동력 육성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수익성 확대 위한 사업 다각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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