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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1%는 국내외 기관의 예상을 웃도는 성적이다. 한국은행(-1.1%)과 국제통화기금(IMF·-1.9%)의 추정치보다 높다. 기업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늘어난 데다 정부도 재정을 쏟아부은 덕분에 침체의 골이 깊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민간소비가 외환위기 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나타내는 등 내수경기가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얼마나 빠르게 보급되느냐가 민간소비 흐름과 올해 성장률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올 성장률은 3%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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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출 역시 2.5% 줄어들어 부진했다. 코로나19가 세계에 퍼진 데다 미국·중국의 갈등 수위도 깊어 교역량이 급감한 여파다. 아파트 건설과 공장, 물류창고, 댐, 교량 등을 아우르는 건설투자 증가율은 -0.1%를 기록했다. 2018년(-4.6%), 2019년(-2.5%) 2년 연속 뒷걸음질친 건설투자는 기저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다시 줄었다.
공장에 들어가는 기계류 등의 투자를 나타내는 설비투자 증가율은 6.8%로 선방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미래에 대비하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의 선제적 투자가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도 재정을 쏟아부어 성장률 방어에 나섰다. 각종 공공물품을 더 많이 사들인 데다 건강보험급여 지출도 늘면서 정부 소비가 5.0% 증가했다.
작년 경제 충격은 자영업자와 항공사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봤을 때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2%로 1998년(-2.4%) 후 최악이었다. 서비스업 가운데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업종 생산은 5.8% 줄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존폐 기로에 놓인 항공업체가 포함된 운수업은 15.9% 감소했다. 작년에 한산했던 영화관·미술관·도서관·헬스장 등 문화·기타업의 생산 증가율은 -16.5%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생산 증가율은 -1.0%에 그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3.2%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는 3.1%다.
대다수 해외 기관과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는 한은 수준이거나 한은보다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 LG경제연구원 2.5%, 한국경제연구원 2.7%, 현대경제연구원 3.0% 등이다.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26일 3.1%로 상향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보급 속도가 올해 성장률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백신 도입 시점과 코로나19 종식 시점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8.3~3.4%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백신이 빨리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V자형의 가파른 회복을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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