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들이 이르면 올 봄부터 은행 월급통장 대신 라인페이와 같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로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업이 은행 계좌를 거치지 않고 직접 근로자의 스마트폰 결제 앱 등에 급여를 이체할 수 있도록 오는 3월말 노동기준법을 개정한다.
현재는 "기업이 노동자에게 급여를 직접,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은행에 이체하는 방식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업자(일본식 명칭은 자금이동업자)도 예외로 인정하는 대상에 추가해 기업의 급여지급 수단으로 허용한다는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간편결제 서비스로 급여를 받게 되면 은행 급여통장에서 간편결제 앱으로 돈을 이체하거나 충전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 서비스에 직접 계좌를 만든 뒤 이 계좌로 월급을 받고,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됐다.
'월급 앱'을 희망하는 간편결제 사업자는 정부가 정한 개인정보보호 및 자금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간편결제 사업자가 파산하더라도 제 때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보증보험 가입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의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은 일본은 현재 80개의 사업자가 난립해 있다. 소프트뱅크 계열 페이페이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이 운영하는 라인페이, 라쿠텐페이 등의 점유율이 높다.
일본 정부가 급여지급 방식을 다양하게 늘리는 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일본 캐시리스추진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QR코드를 월 1회 이상 사용한 적이 있는 소비자는 3000만명을 넘었다. 2018년 12월의 300만명에 비해 이용자수가 9개월만에 10배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접촉식 결제수단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간편결제 서비스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일본의 시중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본인들은 신입사원 때 개설한 월급통장을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은 직장인 월급통장을 예금기반으로 삼아 다양한 사업모델을 펼쳐왔다.
'월급 앱'의 등장으로 벌써부터 은행의 기존 사업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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