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위원회가 28개 기업에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를 내주면서 금융권의 ‘마이데이터 전쟁’이 본격화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처럼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심사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정책 곳곳에 숨어 있는 ‘규제의 디테일’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심사가 무기한 중단된 곳은 카카오페이만이 아니다. 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핀크 등 하나금융 계열 4개 업체는 ‘정유라’에 발목이 잡혔다. 2017년 참여연대 등은 정씨에게 특혜성 대출을 내어준 하나은행 직원을 승진시켰다며 하나금융지주 등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 사건은 4년째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경남은행도 대주주인 BNK금융지주가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최근 1심 법원에서 벌금을 선고받아 심사가 보류됐다. 삼성카드는 최대주주 삼성생명이 암 보험금 지급 문제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핀크, 경남은행, 삼성카드 등은 최근 “2월부터 자산조회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이용자들에게 공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대주주뿐 아니라 주요주주도 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적격성을 봐야 한다”며 “여러 금융업 인허가에서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허가 절차에 대한 세부규정을 지난해 7월 업계에 배포했다. 카카오페이도 앤트그룹이 심사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무응답’에 계획이 흔들릴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카카오와 앤트그룹은 한국과 중국에서 대형 로펌까지 동원해 ‘심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뛰고 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앤트그룹은 직접 금융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어서 인민은행 관할이 아니다”며 “인민은행은 제재 내역을 홈페이지에 모두 공시하는데 앤트그룹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인민은행의 확답을 받아야 심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국도 현행 심사중단제도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음주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법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개선책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들은 “금융과 전혀 무관한 일로 신사업에 제약을 받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