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사진)는 27일 새로 출시하는 ‘트러스톤 ESG 레벨업’ 펀드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시장을 이렇게 진단했다. 황 대표가 직접 기자간담회에 나선 것은 12년 만이다. 간담회는 온라인으로 열렸다.
황 대표는 “여전히 주식 자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부동산·채권 등 다른 자산보다 높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버블’ 우려와 관련해서도 “자금이 더 유입될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자산시장에서 부동산 쏠림 현상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과 젊은 층의 주식시장 참여를 들었다. 투자자의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시장 전체 수준을 끌어올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국내 증시가 ‘박스피’를 벗어났기 때문에 퇴직연금에서도 주식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해선 “변동성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봤지만 “하반기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1.5%를 돌파하면 시장에서 발작(tantrum)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 충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8일 새로운 개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운용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를 선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 국면에서 타격을 받아 수익률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새 상품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황 대표는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한때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성장통은 다 극복했다”며 “올해는 이전 성장 궤도로 다시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러스톤 ESG 레벨업 펀드는 ESG 평가지수가 높은 종목만 담기보단 당장 점수가 낮아도 개선 노력을 보이는 종목을 함께 편입하는 게 특징이다. 또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는 운용사답게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ESG 중에서도 거버넌스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경영진, 이사회 등이 잘 갖춰지면 궁극적으로 E(환경)와 S(사회)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17년 국내 독립 자산운용사 최초로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를 도입했고, 만도 대림산업 등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쳐왔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 운용사 매각설에 대해선 “제안은 많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황 대표는 “국내 운용업계가 대부분 지주 계열사인 환경에서 트러스톤의 경쟁력은 독립성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운용 철학인 독립성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1998년 IMM투자자문 설립 시절부터 지금까지 국내 운용업계 ‘1세대 헤지펀드’ 대표주자로 꼽힌다. 한국 자산운용사로는 처음으로 노르웨이국부펀드 등 세계 3대 연기금 자금의 위탁운용을 모두 경험한 바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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