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K테라퓨틱스 "악성 뇌종양·전립선암 잡겠다"

입력 2021-01-27 17:27   수정 2021-01-28 02:13


“새로운 약물전달기술인 엘리트(ELITE) 플랫폼을 활용해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과 전립선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김상은 BIK테라퓨틱스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축적한 방사성 의약품 관련 기술을 활용해 세포에 잘 들어가는 약물전달기술을 개발했다”며 “동물실험 등을 통해 항암물질이 암 조직에 오래 머무는 데다 종양 크기도 기존 항암제보다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BIK테라퓨틱스로 제2의 창업
김 대표는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지낸 김 대표는 “의사들의 바이오 분야 창업이 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2009년 이공계 분야 동료 교수들과 함께 바이오이미징코리아를 세웠다.

10년간 연구개발 등에만 참여한 그가 대표로 취임한 것은 지난해 초다. 약물전달기술인 ELITE 플랫폼을 이용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회사 이름도 BIK테라퓨틱스로 바꿨다. 제2의 창업인 셈이다. 김 대표는 “혁신 의지, 도전 정신, 사회적 책임이 기업가 정신의 요체”라며 “이런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그는 “논문만 쓰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며 “시장과 사회가 가치를 인정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혁신”이라고 했다.
암·치매 등에만 작용하는 전달기술로 신약 개발
김 대표가 평생 교수로 근무한 핵의학과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곳이다. 분자세포 생물학과 영상의학이 결합된 분야다. 암이나 치매 등 특정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을 이용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거나 질환을 고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의료계에서는 정밀의학의 시초로 꼽힌다.

핵의학과에서는 특정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강력한 표적 기능이 중요하다. 정상 세포에 영향을 덜 주고 정확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가 ELITE 기술의 약물전달력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ELITE 플랫폼은 치료를 위한 약물과 특정한 세포를 찾아가는 리간드(수용체 결합물질), 약물과 리간드를 묶는 링커, 여러 개의 약물-리간드 결합체를 하나로 묶은 클라스프그룹으로 구성됐다. 리간드, 링커, 클라스프그룹이 모두 BIK테라퓨틱스의 고유 기술로 만들어졌다.
“실패한 약 효과 높이는 데도 사용”
표적 부위를 찾아간 여러 개의 약물이 하나로 뭉쳐지면 세포 속에 효과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후 세포 안에 오래 남아 약효를 계속 내는 데도 유리하다. 암 세포를 잘 찾아간 뒤 세포 안에 진입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김 대표는 “표적으로 삼은 세포나 약물에 따라 이 둘을 연결하는 링커가 달라진다”며 “플랫폼 기술이기 때문에 특정 약물이 아니라 여러 약물에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ELITE 플랫폼에 붙일 항암제를 새로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약물 전달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다른 제약사 등에서 개발하다가 실패한 약물의 효과를 높이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상 현장 경험을 토대로 암 세포에만 있는 표적 물질을 찾아가는 리간드도 여러 개 확보했다. 약물이 세포 속으로 잘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주로 쓰는 펩타이드 대신 클라스프그룹을 사용한다. 김 대표는 “기존 약물전달기술보다 정상 세포와 표적 세포를 구분해 치료하는 능력이 수십 배 뛰어나다”며 “효율도 그만큼 높을 것”이라고 했다.

약물이 효과적으로 세포에 전달되기 때문에 약물 투여 용량도 줄일 수 있다.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화학 항암제는 물론 항체, 단백질 의약품, 유전자, RNA 치료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ELITE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의약품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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