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을 사는 투자는 거의 실패한다. 차라리 예금하라고 말하고 싶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유튜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인버스·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대한 우려였다. 박 회장은 “한국 투자자들이 숏으로 과감하게 인버스 ETF 투자를 하는데, 주가가 떨어질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며 “특히 곱버스는 한 번 손실이 나면 회복이 불가능해 그런 부분에서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KODEX200선물인버스2X’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곱버스는 지수가 떨어질 때 하락폭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이미 37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지수가 떨어질 것을 예상해 높은 수익을 내려는 과감한 개미들이다.
코스피지수가 2300을 넘어선 지난해 8월 이후 개미들은 하락장에 본격적으로 베팅을 시작했다.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1조2194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돈을 번 이들은 많지 않다. 그사이 코스피지수는 900포인트 넘게 뛰었다. 곳곳에서 곱버스로 손실을 본 개미들이 속출했다. 곱버스의 작년 한 해 평균 수익률은 -60%가 넘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8월 이후 개인들이 하루에 곱버스를 가장 많이 매수한 지난해 11월 5일(2568억원) 이후 곱버스 수익률은 -46.7%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32.9% 올랐다. 11월 5일 당시 코스피는 2400선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저점에서 5개월도 되지 않아 100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개미들은 조정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루에 2500억원이 넘는 돈을 곱버스에 밀어넣은 이유다. 하지만 시장은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7거래일 만에 코스피는 2500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곱버스 투자자들은 줄줄이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한 달 전 수익을 낸 경험이 이들을 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작년 10월 7일에도 개미들은 1211억원을 곱버스에 투자했다. 코스피는 2386.94에서 2400까지 잠시 올라섰지만 10월 말(2267.15)까지 조정을 받았다. 곱버스 개미들이 잠시 단맛을 본 시기였다. 하지만 이들의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48.2%다.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면 막대한 손실을 본 셈이다.
마이너스 복리효과 때문에 곱버스는 지수가 한 방향으로 하락할 때가 가장 유리하다. 1만원을 투자한 뒤 매일 2%씩 주가가 하락할 경우 지수 하락률은 14.9%, 곱버스 수익률은 36.9%가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연출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주일간 지수가 2%씩 등락을 번갈아 반복했을 경우 1주일 뒤 수익률은 -0.6%로 떨어진다. 똑같이 두 배의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상품이라도 곱버스 손실률이 일반 레버리지 펀드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의 방향과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시장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 상품의 단점이 가장 크게 부각된다”며 “보통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최종적인 방향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이 상품은 단점이 더 많고 심지어 지수가 제자리로 회귀해도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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